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미납한 특허료를 내게 해 달라”며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3일 전해졌다.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하면서 2심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돈을 받게 해달라’며 거듭 소송을 하는 일은 흔하지만 ‘돈을 내게 해달라’며 재판을 잇따라 요구하는 일은 흔치 않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카이스트가 낸 소송은 특허청을 상대로 한 것이다. 특허를 가지고 있어도 특허료를 제때 내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될 수 있다. 카이스트는 보유하고 있던 특허 2건에 대해 이런 일이 벌어지자 뒤늦게 특허료를 내고 권리를 되찾으려고 재판을 하고 있다.
카이스트는 2019년 4월 29일 특허청에 특허 2개를 등록했다. 특허 등록과 함께 3년치 특허료도 냈다. 특허법에 특허 등록일에 최초 3년 분의 특허료를 일괄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된 대로 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이후 4년 차 특허료가 제때 납부되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카이스트는 특허 등록을 대리한 변리사를 통해 특허료 납부를 전문 업체인 A사에 맡기려고 했다. 그런데 변리사가 특허료 납부 업무를 A사에 넘기지 않아 놓고 카이스트에는 업무를 A사에 맡겼다고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카이스트는 특허 두 건에 대한 4년 차 특허료를 ‘추가 납부 기한’에도 내지 못하면서 권리를 잃게 됐다. 이후 특허권을 되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회복 등록 신청 기한’도 넘기면서 권리 상실이 굳어지게 됐다.
카이스트는 이런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뒤 미납한 특허료를 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특허청은 “그동안 카이스트가 정당한 사유 없이 특허료를 내지 않았다”며 받아주지 않았다. 이에 카이스트가 특허청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1심 재판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카이스트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변리사의 과실이 특허료 미납의 주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특허권자는 비록 특허료 관련 사무를 직간접적으로 타인에게 위임했더라도 특허료 납부기한을 준수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일반적인 주의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카이스트는 변리사에게 특허료 관리 업무 이관 요청만 반복했을 뿐, (특허 소멸까지) 3년 6개월 동안 A사로부터 특허료 납부 비용 등을 청구받은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특허료 관리 업무 수임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 등을 확인해 보지 않았다”며 “카이스트 측이 특허권자로서 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설령 특허청이 각 특허료 납부 고지 등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특허권자의 주의 의무 위반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카이스트는 1심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했다. 앞서 카이스트는 “특허료를 성실하게 납부하기 위해 특허료 관리 업무를 업체에 위임하기로 하는 등 일반적 주의 의무를 다했지만, 업무 이관 중 발생한 문제로 특허료를 납부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허권자가 ‘정당한 사유’로 추가 납부 기간에 특허료를 내지 않았거나, 보전 기간에 보전하지 못한 경우 그 사유가 소멸한 날부터 2개월 이내에 그 특허료를 내거나 보전할 수 있다는 특허법 조항을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