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미분양 아파트. /뉴스1

부동산 개발과 운영 전반을 포괄하는 제도 개편이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한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과 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 제정안이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효력을 갖는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임대·운영 수익을 배당하는 간접투자 구조다. 이번 개정은 개발 단계까지 리츠의 활용 범위를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날 ‘부동산투자회사법(리츠법)’ 개정안과 ‘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PF법)’ 제정안에 대한 업계 대상 설명회를 연다. 설명회 신청자는 600명을 넘겼고, 국토부는 2차 설명회도 검토 중이다.

이번 설명회는 하위 시행령·시행규칙 정비에 앞서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사·금융기관·로펌·지방공사 등 다양한 주체가 관심을 보였다”며 “개발·운영을 하나의 구조에서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이라는 점에서 업계 주목도가 높다”고 전했다.

이번 법 개정은 단순한 제도 정비를 넘어,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각된 고위험 PF 구조를 보완하려는 구조 개편의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22년 말 강원도 개발공사의 채무 불이행 사태는 PF 시장 전반의 신뢰를 흔들었다. 이후 금리 상승과 자금 조달 비용 급등이 겹치며, 자기자본 2~5% 수준만 투입해 분양 수익에 의존하던 PF 사업장은 연쇄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는 “사후 구조조정 중심의 PF 리스크 관리에서 벗어나, 초기부터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개정된 리츠법의 핵심은 프로젝트 리츠 제도다. 개발 단계에서는 PFV처럼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준공 이후에는 공모 리츠로 전환해 운영·배당까지 하나의 구조에서 수행할 수 있다. 일몰제 없는 영속적 회사 형태로 운영이 가능해지며, 일정 시점 이후 공시·감시 체계도 적용된다. 자기자본의 최대 10배까지만 차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PFV보다 재무 건전성이 높고, 평균 자기자본비율도 38%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높다.

이번 개정안에는 지역 주민에게 청약 우선권을 부여하는 ‘지역상생리츠’ 조항도 담겼다. 공모를 특정 지역으로 한정하고, 지방공사 등 지역 공공기관이 주주로 참여해 개발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3기 신도시 역세권, GTX 역세권 등 주요 택지에선 민간·공공 공동개발에 프로젝트 리츠와 지역상생리츠 구조가 함께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서울 명동거리 한 건물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게시된 모습. /연합뉴스

PF법 제정으로는 사업성 평가, 인허가 조율, 자금조달 등 개발 전 과정을 정부 기준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도입된다. 기존에는 금융기관별 기준에 따라 PF 대출이 심사됐지만, 앞으로는 국토부가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수행할 전문 평가기관도 지정한다.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반복됐던 대규모 개발사업을 조율할 ‘PF조정위원회’도 법제화된다.

업계에서는 기대와 신중론이 교차한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과거 개발 리츠는 요건이 까다롭고 공모 절차도 복잡해 사실상 대부분 PFV로 사업이 진행됐다”며 “이번엔 개발과 운영을 아우르는 구조를 제도화한 점에서 사업 전략을 새로 짤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방공사 등도 “리츠 구조를 활용해 향후 임대수익까지 확보하는 방식에 관심이 크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부에선 회의적 시각도 있다. 한 디벨로퍼 관계자는 “프로젝트 리츠의 법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실제 자금 조달은 여전히 민간이 맡아야 한다”며 “개선된 구조가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될 순 있지만, 제도만으로 투자심리를 되살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그간 CR리츠, 공공지원 민간임대리츠 등도 도입됐지만 단기 효과에 그쳤고, PF 위기의 근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며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보다 본질적인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