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최고 기온이 40도가 넘는 지역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대구의 최고 기온이 수도권보다 높아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표현이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수도권 최고 기온이 대구보다 높아 ‘수프리카(수도권+아프리카)’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7월 27일 기준 일 최고기온 분포도. 대구 등 지역보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이 더욱 붉게 칠해져 있다. 최고기온이 더 높았다는 의미다. /기상청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경기 광명과 경기 파주(광탄면), 경기 안성(양성면)은 지난 8일 최고기온 40.1~40.2도를 기록했다. 경기 안성(양성면)에서는 지난 27일에도 오후 4시 46분쯤 기온이 40.6도로 측정되면서 기록 경신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관측 장비 이상으로 판명되면서 기온 측정이 무효 처리됐다. 같은 날 경기 가평 외서·신천 등에서도 최고 기온이 39도대로 나왔다.

서울도 불볕더위를 겪고 있다. 서울(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기준) 기온은 지난 27일 오후 3시 35분쯤 38.0도를 기록했다. 서울 최고 기온이 38도 이상을 기록한 것은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총 9번뿐이다.

같은 날 전국에서 최고 기온이 38도대로 측정된 지역은 총 37곳인데 두 곳만 제외하고 모두 서울과 경기(용인·파주·양주·평택·고양·안성·군포·화성·여주·하남·시흥·성남·포천·부천·이천 등)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구는 최근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 27일 대구에서 가장 기온이 높았던 지점은 대구 북구(36.5도·오후 3시 33분)였는데, 서울·경기 지역과 비교하면 2도쯤 낮았다.

특히 서울 기온이 대구보다 높은 것은 이례적이다. 2024년 7·8월 서울의 최고 기온은 ▲33.3도(7월 31일) ▲36.4도(3월 13일)였는데, 대구는 ▲36.3도(7월 31일) ▲37.2도(8월 3일)였다. 또 2023년 같은 시기에도 서울은 ▲34.9도(7월 30일) ▲35.8도(8월 8일)를, 대구는 ▲35.5도(7월 30일) ▲37.7도(8월 3일)를 각각 기록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열대야가 나타난 27일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 물놀이장에서 열린 '2025 한강페스티벌 여름' 한강시네마 퐁당을 찾은 시민들이 물놀이를 하며 영화 관람을 하고 있다. /뉴스1

최근 불볕더위에 대해 기상 전문가들은 ‘이중 고기압’이 한반도 서쪽에 형성된 탓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공을 북태평양 고기압이 덮은 상태에서, 중국 내륙에서부터 세력을 확장해 온 티베트 고기압이 이중으로 한반도를 뒤덮으며 열을 가두고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마치 두꺼운 이불 두장을 이중으로 포갠 것과 같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에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푄 현상’의 영향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반도 대기 하층에서는 고온다습한 남동풍이 유입되고 있는데, 이 바람이 소백산맥을 넘으면서 더워지는 ‘푄 현상’이 일어나면서 서쪽에 있는 수도권이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28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져 있다. 불볕더위는 적어도 다음 달 1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 기온 기록이 경신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 5월 20일부터 지난 26일까지 온열질환자 수는 누적 2295명이고, 이 중 11명이 숨졌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온열질환자 906명·사망 4명)의 2배가 넘는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5일부터 폭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