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K-드라마 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의 한 장면. 한국인 남성 배우와 일본인 여성 배우가 등장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김원식(왼쪽)과 기타하라 호노카가 식사를 하다가 손뼉을 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한국 남성이 일본에 2박 3일간 머물며 현지 여성 여러 명과 ‘맞선’을 보게 하는 프로그램을 한 결혼정보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고객인 한국 남성에게 먼저 600만원을 계약금으로 받고 나중에 결혼이 성사되면 70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예전엔 한일 커플이 결혼 후 일본에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한국 거주를 더 선호한다”며 “한국 남성의 집이 서울이면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다른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일본 여성과 결혼을 원하는 한국 남성 고객이 늘었다. 결혼 성공률도 올라갔다”며 “영업이 잘 되어서인지, 한일 결혼 업체도 늘었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작년 한국인 남편·일본인 아내 1178쌍 탄생… 1년 만에 40% 늘어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이 결혼하는 사례가 최근 급증했다. 작년 한국인 남편·일본인 아내 부부가 1178쌍 탄생했다. 한 해 전보다 40%가 늘어난 것이다. 반면 작년 한국 여성과 일본 남성의 결혼은 147쌍에 그쳤다.

이런 내용은 일본 신문 니혼게이자이에도 지난 13일 보도됐다. 한국의 대기업에 재직 중인 40대 남성 임원 A씨가 “결혼한다면 반드시 일본인 여성과 할 것이다. 예의가 바르고,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하는 내용이 기사에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에는 서울에서 전철로 1시간쯤 떨어진 도시에 살고 있는 일본인 여성 B(28)씨의 사례도 나왔다. B씨는 중학생 때부터 K드라마나 K팝 아이돌을 좋아했고, 고등학생 때에는 도쿄의 코리안타운인 신오쿠보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후 한국에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건너와 소개팅 앱으로 자영업을 하는 한국인 남편(34)을 만났다고 한다.

그래픽=정서희

◇한국 체류 일본인 37%가 2030 여성… “한국 남성과 결혼하고 싶다”

올해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일본 여성 이시카와 아야카(27)씨는 16일 조선비즈에 “비자 문제만 해결되면 한국에서 쭉 살고 싶다”면서 “한국 남성과 결혼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시카와씨는 원하면 현지에서 취직할 수 있었다. 일본의 대졸자 취업률은 98% 수준이다. 이시카와씨는 “일본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했는데, 여성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일본 사회가 저와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했다.

법무부의 ‘출입국자 및 체류 외국인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에 체류하는 등록 외국인 중 일본인은 2023년 기준 2만7381명이다.

한국 체류 일본인 가운데 20대 여성(22.6%)이 가장 많다. 이어 60대 여성(16.6%), 40대 여성(15.1%), 30대 여성(15.1%) 순이다. 결혼 가능성이 많은 연령대인 2030 여성이 37.7%에 이른다. 같은 연령대 남성은 5.9%에 그친다.

한국의 한 기모노 대여 업체가 한국에서 결혼하는 일본인이나 그 가족을 위해 기모노를 빌려준다고 홍보하는 사진. /기모노온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한국 체류 일본인 20대 여성 상당수는 한국어학당이나 대학교 재학 등 유학 비자로 한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2023년 기준 20대 일본인 체류자는 7048명인데, 한국교육연구원에 따르면 어학연수, 학사·석사·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일본인 유학생은 5850명이었다.

워킹홀리데이 제도도 활용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워킹홀리데이로 한국에 체류한 사람은 일본인이 3453명으로 가장 많았다. 2위 프랑스(2070명)보다 66.8% 많다. 일본인은 18세부터 30세까지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1년간 머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