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대북관’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김 후보자는 민주노총 위원장이던 2011년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방북 신청을 한 이유를 묻는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남북 관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우 의원은 그로부터 1년 전인 2010년 천안함 사건은 누구의 책임이냐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고 했다. 우 의원은 이어 “북한의 소행이 있은 지 불과 1년 만에 김정일 조문을 하러 간다는 것이 적절하느냐”고 질문했고, 김 후보자는 “정부가 못 가기 때문에 민간 차원에서라도 가는 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연평도 해전에서도 북한에 의해 장병들이 희생됐는데 이들에 대한 조문은 간 적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없다”면서 “국무위원이 된다면 장병들의 희생을 추모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의 대북관에 대한 질의는 계속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김정은이 훌륭한 지도자냐” “북핵 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한 적 없다”, “북한 핵개발에 반대한다” 등의 대답을 내놨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대한민국의 주적은 누구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가 “대한민국을 위험에 빠뜨리는 모든 세력”이라고 대답하자 조 의원은 “그럼 그 세력에 북한도 포함되느냐”고 재차 질문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북한이 주적이 아니라는 통일부 장관 후보자 말에 동의하고, 북한군과 북한 정권이 주적이라 말한 국방부 장관 후보자 말에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이 지속되자 한때 여야 간 언쟁이 붙기도 했다. 국민의힘 측에선 “대한민국 국무위원으로서 대북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후보자의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정회를 요청한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북한을 주적으로 여기는 건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주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용부 장관 자질이 안 돼 있다는 걸 왜 이야기해야 하느냐”고 맞섰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철 지난 종북 색깔론을 가지고 국민의힘이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했다.

공방이 오간 끝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단 퇴장했다. 이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 일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협하는 주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대한민국의 주적이 누구인지에 대한 입장을 오후 인사청문회 속개 전까지 명확히 밝히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