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직원들이 반바지 차림으로 근무하고 있다. /강동구 제공

서울 강동구 공무원들은 올여름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남녀 모두 반바지에 샌들 차림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런 일은 공무원들 사이에서 일반적이지는 않은데, 경남 창원시는 반바지 근무를 허용했다가 3년 전 중단했다.

강동구는 14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직자 건강 보호와 효율적인 업무 환경 조성을 위해 이달부터 오는 9월까지 ‘공무원 복장 간소화’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행정안전부의 ‘하절기 공무원 복장 간소화 권고’에 따른 것이다. 행안부는 2011년 중앙 부처와 지자체 등에 ‘공무원 복장 간소화 및 시차 출퇴근제 적극 활용 권장’ 공문을 통보했다.

이 공문에서는 공무원이 하절기에 입을 수 있는 ‘간소하고 단정한 복장’으로 상의는 ▲넥타이를 매지 않은 노타이 차림 정장 ▲남방 ▲칼라 셔츠 등, 하의는 ▲정장바지 ▲면바지 등을 예시로 들었다.

행정안전부가 2011년 5월 배포한 '공무원 하절기 복장 간소화 실시' 관련 보도자료에서 '간소하고 단정한 복장' 예시를 들었다.
인사혁신처가 2015년 5월 하절기 공무원 복장 간소화 실시와 관련해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

다만 인사혁신처는 2015년 하절기 공무원 복장에 대해 “공무원의 품위를 훼손하지 않는 수준의 간소하고, 단정한 차림을 권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출이 심한 옷, 찢어진 청바지, 슬리퍼 등 공직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로 민원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공무원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사례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강동구는 이런 기준에 맞춰 민원 응대나 의전 행사 등 공식 일정이 없다면 공무원들이 반바지와 샌들 차림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구 관계자는 “(정부가) 매년 여름에 복장을 간소화하라는 공문을 뿌리는데, 공무원이다 보니 넥타이만 안 매는 식으로 다닌다”며 “반바지를 입어도 되는지 고민하는 직원들이 꽤 있어서 공문을 내보내고 홍보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름철 관공서 실내 온도는 26도를 유지해야 한다. 에어컨 설정 온도를 26도 밑으로 내릴 수 없다는 뜻으로, 폭염이 심각해 전력이 부족해질 때에는 28도로 상향된다. 그래서 많은 공무원들은 여름철 실내에서 근무할 때 덥다고 말한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무더위 속에서 시원한 복장이 개개인의 체감 온도를 낮추고, 업무 집중도와 건강을 지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바지 근무’를 이미 실시하고 있는 곳도 있다. 경기 광명시는 2023년부터 여름철 자율복장 캠페인에 따라 전 직원이 반바지 등 편안한 복장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인사혁신처가 작년 유튜브에 올린 공무원 반바지 허용 관련 영상.

다만 반바지 차림 근무를 허용하는 지자체는 흔치 않다. 경남 창원시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여름철 ‘반바지 근무 허용’ 방침을 마련했다가 2022년부터 중단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반바지 근무 허용’ 방침을 직원들에게 통보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현재 직원 복장 자체가 많이 간소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바지를 입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니다. 다만 다리털이 많은 사람도 있어 과거에도 반바지를 입는 남성 직원은 4분의 1에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가 지난해 올린 ‘공무원 출근룩 어디까지?’라는 제목의 영상에 출연한 한 40대 남성 공무원은 “반바지는 (근무 복장으로) 아닌 것 같다. 다른 남자 직원의 다리털을 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