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안심호흡기전문센터 조감도. /서울시

서울시가 추진하는 ‘안심호흡기전문센터’ 설립이 애초 계획보다 4년 늦어지면서 비용도 두 배로 늘어난 800억원이 들어가게 된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센터가 들어설 보라매공원 인근 주민들이 감염병 확산을 우려하며 반발하는 동안 코로나가 터지면서 공사비가 급등했다고 한다.

◇ 서울시, 2015년 메르스 사태 계기로 안심호흡기전문센터 추진

안심호흡기전문센터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추진됐다. 당시 국내 메르스 환자(186명)의 절반에 가까운 85명이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했다. 그러면서 서울 내에 환자를 격리할 수 있는 전문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최대 72개의 음압시설 격리병상을 갖춘 안심호흡기전문센터를 설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음압시설은 기압 차이를 이용해 공기가 오염되지 않은 곳에서 오염된 곳으로 흐르게 한다. 이를 통해 공기를 통해 전파될 수 있는 바이러스와 세균을 격리하는 것이다.

서울시 안심호흡기전문센터 부지. /서울시

◇ 완공 시점 2024년→2025년→2028년… 인근 주민 “감염병 확산 우려” 반발

애초 서울시는 안심호흡기전문센터를 작년 말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었다. 지난 2023년 서울시의 ‘민선 8기 공약실천계획서’에는 센터 설립 사업의 완료 시점이 2024년 12월로 돼 있었다.

하지만 센터 설립 사업은 지금까지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의 작년 공약 이행 현황에는 올해 말이 완료 시점으로 돼 있었다가 최근에는 2028년으로 더 미뤄졌다.

이렇게 센터 완공이 예정보다 늦어지는 데에는 부지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라매공원 안에 센터를 두기로 했는데 지역 주민 일부가 “감염병 환자가 센터로 몰리면 지역에 감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건립하겠다고 한 안심호흡기전문센터 설립 계획이 여러 차례 수정됐다. /서울시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시가 2019년 설명회를 수차례 열고 주민을 설득하던 중에 2020년 코로나가 터졌다. 그러면서 주민 설득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공사비 급등·고가 장비 필요… 예산 400억원→800억원

이렇게 안심호흡기전문센터 설립이 늦어지면서 공사비가 치솟았다. 올해 5월 기준 건설 공사비 지수는 131.04로 집계됐다. 최근 5년 새 공사비가 31% 이상 뛰었다는 뜻이다. 이 지수는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비, 노무비, 장비비 등을 반영한다. 지난 2019년 12월 중국에서 코로나가 처음 발생한 이후 공사비가 세계적으로 상승했다. 그만큼 서울시도 센터 설립 예산을 늘릴 수밖에 없게 됐다.

또 센터 내에 설치해야 하는 핵심 장비인 음압시설은 1개당 2억~3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목표로 하고 있는 72개를 모두 설치하려면 최소 144억원이 투입돼야 한다. 애초 서울시는 이보다 적은 액수만 초기 예산에 반영했다고 한다.

결국 서울시는 애초 400억원으로 책정했던 센터 설립 예산을 이번에 800억원으로 증액하게 됐다. 지하 3층·지상 3층 규모로 지으려던 계획도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로 축소돼 버렸다고 한다.

서울시는 하반기부터 센터 설립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이르면 10월에는 부지에 있는 다른 시설을 철거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인근 주민과 갈등은 모두 해소됐고 예산을 재편성하느라 설립이 늦어졌다”면서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센터 설립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