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화제를 살포하고 있는 초대형 에어탱커. /미국 농무부

국내서 발생한 산불을 끄는 핵심 장비는 헬기다. 작년에만 10건 중 8건꼴로 국내서 발생한 산불을 헬기로 진화했다. 국내서 산불 진화에 투입되는 헬기는 600L~8000L(리터)의 물을 실어 나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산불이 발생하면 비행기도 투입한다. 헬기보다 덩치가 큰 비행기로 3만리터 규모의 내화제(耐火劑)를 상공에서 뿌려 불길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산악지형이 많은 국내 특성을 고려해 산불 진화에 적합한 장비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가동중단 헬기 느는데 예산 문제로 도입 계획은 ‘들쭉날쭉’

산림청은 지난 2017년 강원도 삼척, 강릉과 경북 상주 등에서 발생한 산불에 대응해 올해까지 산불진화 헬기를 60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달 29일 기준 산림청이 보유한 산불진화 헬기는 50대다. 예산 등의 문제로 제때 도입되지 못한 것이다.

육군 치누크 헬기(CH-47)가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현재 보유한 헬기도 멀쩡한 헬기만 있는 게 아니다. 가장 많이 보유한 KA-32 29대 중 8대가 가동 중단 상태다. 이 기종은 러시아에서 제작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헬기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산림청은 2026년도부터 14대, 2027년에는 15대의 가동이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KA-32 기종은 산림청이 산불 진화를 위해 보유한 핵심 헬기이기도 하다. 이 헬기의 담수량은 3000리터로, S-64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 중 담수량이 가장 큰 헬기는 S-64로, 8000리터의 물을 실을 수 있다. 총 7대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헬기는 담수량 600리터의 벨 206 7대, 담수량 800리터의 AS 350 4대, 담수량 2000리터의 수리온 3대다.

이 밖에도 산불 진화에 투입할 수 있는 헬기는 157대가 더 있다. 보유 주체별로 지자체 임차가 80대로 가장 많고, 산림청 50대, 군 35대, 소방 31대, 경찰 10대, 국립공원 1대 등이다. 다만 유사시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모두 산불 진화에 동원할 수 없다.

산불이 민가로 번지기 전 내화제를 뿌리고 있는 항공기. /유튜브 캡처

◇야간 투입 어려운 헬기…美, 항공기로 3만ℓ 내화제 뿌린다

미국은 산불 진화 작업에 항공기도 투입한다. 산불 진화에 투입되는 항공기는 최대 8000갤런(약 3만283리터)의 내화제를 탑재할 수 있다. 초대형 에어탱커(VLAT)로 불리는 이 항공기를 통해 지상에서 산불을 진화 중인 소방관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800갤런(3028리터)의 내화제를 공급할 수 있는 싱글 엔진 에어탱커, 2000갤런(7570리터)~ 4000갤런(1만5141리터)을 공급하는 대형 에어탱크 등도 있다.

이렇게 항공기를 투입한 산불 진화 작업은 한 번에 많은 양의 화재 방지 물질을 상공에서 뿌려 효과적으로 불길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 또 항공기는 안전상의 이유로 야간 운행이 어려운 헬기와 달리, 밤에도 투입할 수 있다. 이번에 국내 산불 피해가 컸던 이유 중 하나로 헬기 투입이 되지 않는 밤사이 불길이 커진 영향도 있다.

한국에서도 산불 진화에 비행기를 투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모두 무산됐다. 지난 2012년 경남도는 국내서 처음으로 산불 진화를 위해 캐나다에서 제작된 항공기를 도입했다. 당시 이 항공기의 담수량은 5400리터였다. 그러나 수십억원의 임대비용을 문제로 결국 흐지부지됐다. 또 산림청이 2024년 강릉 산불 이후 공군의 C130 수송기에 물탱크를 설치해 산불 진화용 항공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군 측에서 난색을 보여 무산됐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한국은 미국과 달리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라며 “대형 헬기를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