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조문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남일 같지가 않아.” “연말에 참 끔찍한 일들만 있네.”

31일 낮 12시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울시청 앞. 인근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점심 시간에 짬을 내어 희생자들을 추모하려 줄을 서서 한 말이다. 몇몇 조문객들은 훌쩍이거나 눈물을 훔쳤다.

서울시는 이날 시청 본관 정문 앞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는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 4일까지 5일간 운영된다. 공식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늦은 밤이나 새벽에도 자율적으로 조문할 수 있다.

분향소에 시민들이 몰려 낮 12시쯤에는 10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서울시는 분향소에 헌화용 국화를 준비했다. 조문객들은 국화를 들고 헌화한 뒤 묵념을 하고 빠져나갔다. 방명록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시는 길 편안하기를’ 등의 글을 남겼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분향소에서 조문을 한 김민우(32)씨는 “5년 전쯤 사고로 어머니를 잃었다”라며 “뉴스에서 유족들이 오열하는 걸 보고 그 날의 기억이 떠올라 감정이 북받쳤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어 “유족들이 시신 인도도 못 받고 있는 것 같은데 참혹한 심정이 공감된다”라며 “부디 유족분들이 어서 장례를 치를 수 있기를 빈다”고 했다.

안경민(45)씨는 “올해 여름에 제주항공 비행기를 타고 아내, 딸과 함께 방콕에 다녀왔다”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내가 아닌 희생자 분들께 일어난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해외 여행 계획을 국내 여행으로 바꿀까 싶다”며 “당분간 편한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31일 조문을 하기 위해 서울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오전 분향소를 찾았다. 오 시장은 헌화 후 묵념으로 희생자를 기린 뒤 “애도의 마음을 표할 수 있도록 분향소를 마련했으니 많은 시민이 함께 마음을 모아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조문을 왔다.

이날 오후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주요 참모진이 조문을 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합동 조문과 관련해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 대한 애도의 뜻을 함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대통령실 주요 참모진이 공개 일정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도 조문을 와서 애도를 표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31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묵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에는 여야 인사들이 조문을 위해 방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나란히 선 채 묵념 후 참사 희생자들에게 인사했다.

한편 전국 지자체는 추모 분위기에 맞춰 연말연시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이날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제야의 종 타종행사’의 공연과 퍼포먼스를 취소하고 타종식만 하기로 했다. 이밖에 경북 포항시, 제주도 등 일출 명소가 있는 지자체도 새해맞이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