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서울 잠실대교 인근, 인천 앞바다, 파주 금촌동, 이천 인후리 밭에서 발견된 북한의 오물 풍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5월 28일부터 7월 24일까지 10차례에 걸쳐 남한으로 날려 보낸 오물 풍선이 전국 3359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서울에서만 60% 이상인 2069곳에서 오물 풍선 발견 신고가 접수됐다.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25일 기준 전국에서 오물 풍선이 발견된 장소는 3359곳으로 파악됐다.

북한 오물 풍선에는 이름 그대로 다양한 오물들이 담겨 왔다. 대변 거름 등 오물부터 건전지, 신발·의류 조각, 페트병, 종이, 식품 포장지, 담배꽁초 등이 발견됐다. 북한 주민의 생활고를 보여주는 생필품 쓰레기도 나왔다.

오물 풍선이 가장 많은 장소에서 발견된 것은 북한이 10번째이자, 가장 최근 날려 보낸 지난 7월 24~25일이었다. 당시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북 진천, 경북 문경 등 1403곳에서 오물 풍선이 발견됐다.

앞서 북한이 올해 처음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낸 5월 28일부터 7월 22일까지 9차례 동안 발견된 장소와 비교하면 많게는 약 18배, 적게는 2배 이상 많았다.

북한이 올해 처음 오물 풍선을 보낸 5월 28~29일의 경우 78곳에서 발견됐다. 이후 2차(6월 1~2일) 354곳, 3~4차(6월 8~10일) 397곳, 5~7차(6월 24~27일) 576곳으로 늘어났다가 8차(7월 18~19일)에는 111곳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다 9차(7월 21~22일)에 440곳으로 재차 늘었고, 10차에 발견 장소가 대폭 증가했다.

군 장병들이 북한이 살포한 오물 풍선 내용물을 처리하고 있다. /뉴스1

북한 오물 풍선은 10차례 모두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강원에서 발견됐다. 1차 때의 경우 충청, 전북 무주, 경북 영천과 경주, 경남 거창에서도 발견되기도 했다. 2차 때는 충청과 경북 포항, 3차 당시에는 충북 충주, 음성, 영동에서 오물 풍선 발견 신고가 들어 왔다. 10차 때는 충북 진천, 경북 문경에서도 오물 풍선이 확인됐다.

서울의 경우 자치구 25개, 2069곳에서 북한 오물 풍선 발견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발견 장소 중 61.59%를 차지한다.

자치구별로 노원구가 434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영등포구(147곳), 구로구(133곳), 중랑구(129곳), 동대문구(127곳), 종로구(111곳), 은평구(109곳) 등의 순이다. 나머지 지역에서도 적게는 2곳, 많게는 90곳 이상에서 오물 풍선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오물 풍선을 띄운 것은 국내 탈북민 단체 등이 대북 전단을 북한으로 보내고 있는 데 따른 일종의 대응 조치다. 경찰은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오물 풍선이 경찰관 직무직행법상 제지할 수 있는 근거인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심각한 위협’에 해당한다는 게 명확지 않다고 본다”라며 “지금처럼 오물 풍선을 단순히 날리는 정도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연결 짓기에는 무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오물 풍선에 기폭 장치를 장착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오물 풍선이 화재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4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내유동의 한 다세대주택 옥상에서 오물 풍선이 터지며 화재를 일으켰다. 6월 2일에는 경기 부천시 오정구에 주차된 차량 근처로 오물 풍선이 떨어져 차량 외부가 불에 타기도 했다.

양부남 의원은 “정부가 국민 안전을 등한시하고 표현의 자유만 내세워 북한이탈주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손 놓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