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결혼식을 올린 이모(34)씨는 사업하는 남편이 여직원과 외도한다는 이야기를 건너 듣고 망연자실했다. 이혼을 결심한 이씨는 소송에 쓰일 증거 수집을 위해 사설탐정 사무소 문을 두드렸다. 몇군데 견적을 문의한 결과,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판단되는 곳에 의뢰했다. 며칠 뒤 탐정 사무소로부터 남편과 여직원이 담긴 사진을 받았다.
의뢰자로부터 300만~700만원대 금액을 받고 특정인의 신상 조사부터 배우자 외도까지 알아봐 주는 사설탐정 업체들이 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년 전 신용정보법 개정에 따라 누구나 탐정이라는 간판을 걸고 영리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이들이 일삼는 스토킹, 사생활 침해와 같은 불법 행위를 제재할 제도는 없다.
14일 회계 관리 애플리케이션 머니핀에 따르면 국내서 ‘탐정사무소’로 사업장을 등록한 업체는 약 170곳으로 집계됐다. 정식 등록을 하지 않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운영하는 업체까지 더하면 국내 탐정사무소는 수백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탐정 사무소는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원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주로 이혼 소송 전 증거 수집을 위한 수요가 많다고 한다. 이 외에도 개인 신변경호, 사람 찾기, 용역, 신상 조사 등의 의뢰도 받는다.
견적은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1주일 단위로 300만원부터 700만원대 선지급금을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이는 미행 시간과 투입 인력, 카메라 장비 등을 고려한 금액이다.
탐정 사무소는 누구나 차릴 수 있다.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민간조사사(PIA)라는 탐정 관련 민간자격증이 있지만, 필수 요건도 아니다. 이로 인해 사무소 운영 과정에서 ‘불법 행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탐정 사무소가 주로 하는 촬영의 경우에도 상대 동의 없이 몰래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정보 주체의 동의를 얻거나 법적 권한이 있는 주체가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며 “애초에 불법적으로 취득한 자료는 재판에서 근거 자료로 사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사 권한이 없는 사설 업체들이 일방적으로 확보한 자료는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 불법 행위인 데다, 재판에서는 효력도 없다는 의미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개인의 동의 없이 미행하거나 추적할 수 없도록 법적인 요건이나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며 “사설 탐정 업체를 제재하는 법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탐정 제재를 위한 법안이 발의되기는 했지만, 계류 중이다. 국가가 공인탐정 자격을 부여하고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공인 탐정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해 4월 경찰 출신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공인탐정의 영업 신고를 의무화하고 탐정이 신의성실의원칙에 입각해 의뢰인을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