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위조 신분증’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저 3만원으로 위조 신분증을 손에 넣은 10대들은 편의점에서 술·담배를 사고, 클럽까지 다니며 성인 행세를 한다. 경찰은 한정적 인력을 이유로 수사 과정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신분증 위조와 사용 행위 역시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6일 조선비즈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위조 신분증 거래 계정을 조회한 결과, 200개 이상 계정에서 위조 신분증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조 신분증 판매자들은 실물 카드 형태로 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은 물론, 온라인 신분증과 여권까지 다양한 형태의 신분증을 판매 중이었다. 이 외에도 위조한 성적표, 진단서, 자격증과 같은 공문서들도 판매하고 있다.
구매는 계좌이체 대신 현금 직거래와 문화상품권으로 가능하다. 경찰 추적을 피하려는 방안이다.
구매자 대부분은 미성년자다. 위조 모바일 신분증을 판매하는 A씨는 “구매자와 판매자 대다수가 미성년자”라고 설명했다. 실제 위조 신분증 판매 계정들도 ‘청소년 환영’', ‘성인 행세 가능’ 등의 문구로 홍보하고 있다.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들은 적게는 3만원부터 많게는 55만원을 지불해 얻은 위조 신분증을 통해 술이나 담배를 사고, 유흥주점, 클럽을 출입한다고 한다.
앞서 지난 10월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문서위조 혐의로 국제학교 학생 40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6월 한 10대 청소년이 위조한 미국 운전면허증으로 강남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돼 덜미를 잡혔다. 40명 중 위조범은 1명, 구매자는 39명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클럽에 가거나 술·담배를 구매하기 위해 카드 인쇄기 등을 이용해 위조 신분증을 제작해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위조 신분증 제작 기간은 짧으면 하루, 길면 일주일이 걸린다. 3만~5만원에 거래되는 모바일 신분증은 24시간 내로 받을 수 있다. 실물 신분증을 판매하는 B씨는 “신분증 1개당 55만원에 판매 중”이라며 “신청 양식에 맞춰 이름, 생년월일, 주소를 기재한 뒤 선명하게 나온 증명사진 한 장이면 일주일 내로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구매 독려를 위해 이미 위조 신분증을 구매한 이들의 후기를 공유하기도 했다.
위조 신분증 거래가 활발해지자 자영업자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모바일 신분증의 경우 정부24 애플리케이션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과 맨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위조 신분증에 속아 미성년자에게 술이나 담배를 판매하다 적발될 경우 영업정지, 폐쇄와 같은 행정처분을 피할 수 없다.
서울 용산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모(35)씨는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해도 바쁜 시간대에 위조 신분증을 내밀면 일일이 구분하기 어렵다”고 했다.
위조 신분증에 대한 경찰 조사도 위조 신분증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로부터 시작하는 게 대부분이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여러 형태의 불법행위 흔적이 있다”면서도 “한정된 인력으로 업무를 하다 보면 민원 사건부터 먼저 해결한다”고 했다.
주민등록증을 포함해 증명서를 위조하는 경우 공문서위조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 공무소의 문서 또는 도화 위조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적발 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도 위조 신분증을 제작해서 사용할 때 2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며 “신분증을 위조하는 것은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니라는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