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경찰이 발달장애인 범죄 피의자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등록증이 없다는 이유로 절차상 조력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진정이 접수된 것과 관련해 경찰청장에게 발달장애인 사건 조사에 관한 준칙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23일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전국의 모든 경찰 직원을 대상으로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발달장애인 피의자들에 대한 보호 위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고, 전담 사법경찰관을 확대해야 한다”며 “신문 초기 단계에서 피의자가 사회적 약자인지 등을 알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인권위. /뉴스1

진정인은 범죄를 저지른 한 발달장애인의 국선변호인이었다. 피해자 A씨는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등록된 발달장애인으로, 지난 2021년 경기도와 서울시 일대에서 노숙 생활을 하다 절도 등으로 기소돼 수감된 사람이다.

A씨는 지난 2021년 10월 21일 경찰에 신문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장애인 여부를 확인하는 경찰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뢰관계인의 동석, 진술조력인의 도움 등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용어가 어려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다시 물어보면 불편해 할 것 같아 되묻지 않았다”며 “국선변호사에게 이러한 사정을 얘기하니 ‘발달장애인이면 의사소통에 관한 진술조력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반면 피진정인인 경찰관 등은 “당시 A씨에게 군경력에 대해 질문하자 ‘지체장애 3급이고, 허리디스크가 있어 군 면제다’는 답을 들었을 뿐, 발달장애애 대해서는 따로 말하지 않았다”며 “A씨는 자신의 범행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등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A씨가 절도 미수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피의자 신문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과 ‘발달장애인법’에 따른 형사사법 절차상 조력을 받을 수 있음을 고지받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또한 피진정인들이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A씨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임을 확인하지 않았고 조력을 제공하지 않는 등 발달장애인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등 A씨의 방어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발달장애인 사건 조사에 관한 수사 준칙 마련 ▲발달장애인 전담 수사관 확대 및 관련 교육 강화 ▲신문 초기 단계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지 인지할 수 있는 방안 마련 ▲사전에 진술조력인, 신뢰관계인 등의 조력을 신청할 권리가 있음을 고지할 것 ▲피의자가 발달장애인임이 확인된 경우 즉시 전담사법경찰관에게 인계 ▲, 외부 조력을 받기 곤란한 경우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에 연계하여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 등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