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아산병원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가 사망한 간호사가 서울대병원에 이송되기까지 실제로는 8시간이 넘게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알려진 7시간보다 1시간 이상이 더 걸린 것이다. 간호사가 응급실을 찾았을 당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는 총 10명의 의사가 있었지만, 뇌출혈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근무자 기록’ 등의 자료에 따르면 뇌출혈로 사망한 30대 간호사 A씨가 아산병원 응급실을 내원한 시간은 지난달 24일 오전 6시 30분이었다.

하지만 A씨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이송돼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8시간 이상이 지난 같은 날 오후 2시 39분이었다. 뇌출혈 치료의 ‘골든아워(응급 치료 성공률이 높은 시간)’가 6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이미 때를 놓친 셈이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을 나선 것은 같은 날 오후 1시 50분으로 다른 병원으로 A씨를 이송하는 데 50분이 소요됐다.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뉴스1

A씨가 응급실을 찾은 오전 6시 30분은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근무조가 교대하는 시간이었다. 근무조와 교대조가 함께 있어 당시 응급실에는 응급의학과 8명과 내과 2명 총 10명의 의사가 있었다. 근무 중인 간호사는 26명이었다. 그중 3명은 전문간호사(CNS)였다. 하지만 36명에 달하는 의료진은 A씨를 살리지 못했다.

당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는 뇌출혈을 치료할 수 있는 개두술(두개골을 열어 출혈 부위를 클립으로 동여매는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없었다. 서울아산병원에는 개두술이 가능한 전문의가 2명 있지만, 사건 당시 1명은 학회 참석으로 해외에 있었고 다른 1명은 휴가로 지방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병원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A씨가 쓰러질 당시 주변 병원인 강동경희대병원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과 전공의 2명, 인턴 2명이 근무 중이었고, 강남세브란스병원에는 응급의학과 전공의 3명과 인턴 1명만 있었다. 응급의학과 의사 7명이 근무 중이었던 강남성모병원도 개두술이 가능한 의사는 없었다.

의료계에서는 개두술이 가능한 뇌혈관 전문의 자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에 따르면 병원별로 100회 이상의 개두술 경험을 보유한 의사는 평균 1.6명이다. 올해 6월 기준 국내 신경외과 의사 3025명 가운데, 뇌혈관 개두술 의사는 146명에 불과했다. 의료계에서는 개두술과 같은 고위험수술에 수가가 너무 낮은 것이 문제라는 의견이 나왔다.

한 신경외과 의사는 “실제로 현장에서 체감하는 뇌혈관 개두술이 가능한 의사는 더 적은 것으로 느껴진다”며 “특히 뇌혈관 신경외과 의사 중 젊은 세대가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뇌혈관 질병이 유병률이 높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사 수가 더 많아야 한다”며 “뇌혈관 관련 수술에 대한 수가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고위험수술에 대한 수가를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가 발족한 ‘필수의료 확충 추진단’은 전날 첫 회의를 갖고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해 뇌동맥류 개두술 등 고위험·고난도 수술과 응급수술의 수가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