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8시 10분, 홍익대학교사범대학 부속 여자 중·고등학교 앞에는 합격을 기원하는 입간판이 놓인 입구 앞으로 긴장된 표정이 역력한 공무원 준비생이 하나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저마다 종이 묶음을 손에 들고 있었다. 전날까지도 잘 안 외워졌던 것들을 빼곡히 적은 필기 노트였다. 공무원시험학원 직원들은 “시험 잘 보세요” “잘 될 겁니다”라며 책자를 하나씩 손에 쥐어줬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던 준비생들도 직원의 응원에 “감사하다”며 책자를 받아 시험장으로 올라갔다.

18일 오전 8시30분 2022 지방공무원시험 고사장인 홍익대학교사범대학 부속 여자중고등학교로 공무원 준비생들이 들어가고 있다/민영빈 기자

이날 2022년도 지방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이 전국 17개 시도 시험장 479곳에서 진행됐다. 평균 경쟁률은 9.1대 1로 지난해(10.3대 1)보다는 경쟁이 덜하다. 이번 시험의 총 응시인원은 19만9496명으로 작년 23만 2249명에 비해 15% 이상 감소했다.

수험생들을 위한 응원은 부모님뿐만 아니라 택시기사부터 카페 사장까지 다양했다. 부모의 차를 타고 온 수험생이 내릴 때마다 조수석 창문을 내린 부모들은 “잘 보고 와. 사랑해”라는 응원을 연신 전했다. 커피를 사러 온 준비생에게 카페 사장도 “일 년에 두 번뿐인 시험이라 긴장 많이 될 텐데 잘 보고 또 커피 마시러 오시라”고 말했다. 또 시험시간에 늦어 급하게 내리는 준비생을 향해 택시기사도 “아직 안 늦었으니 괜찮다”며 긴장을 풀어줬다.

오전 8시 50분이 되자 수험생들이 대거 시험장에 들어갔다. 입실 완료 시간이 다가올수록 수험생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시험장을 통과했다. 공무원시험 입실 완료 시간은 오전 9시 20분이다. 5분밖에 남지 않았을 때부터는 수험생이 시험장 문을 향해 뛰어들어갔다.

사기업을 다니다가 직업적인 안정성 때문에 공무원에 다시 도전했다는 유정연(28)씨는 “오늘 처음 공무원시험을 본다”며 “수능 볼 때처럼 떨리기도 한데, 이번에 안 되더라도 내년에 다시 또 도전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보고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이 두번째 시험이라는 공석현(32)씨는 “공무원시험이 그나마 제일 공정한 채용 시험 아닌가”라며 “작년에는 아쉽게 2점인가 모자라서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한 만큼 잘 보고 싶다”고 했다. 심호흡하면서 교문을 통과하던 박성연(34)씨는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낮아졌다고 해도 누군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시험”이라며 “떨어지는 사람이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으니 다 잘 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8시 50분 2022 지방공무원시험 고사장인 휘경여자중고등학교로 공무원 준비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김수정 기자

같은 날 오전 8시쯤 제15시험장인 서울 동대문구 휘경여자중·고등학교 앞도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오늘 이곳에서는 서울시 세무직 9급 시험이 치러진다. 600명의 수험생의 꿈을 향한 도전이 펼쳐지는 장소다.

8시 10분쯤 차를 탄 수험생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수험생들은 모두 가벼운 반소매 티셔츠에 체육복 바지를 입은 편안한 차림새로 시험장을 찾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같이 거대한 응원 인파는 없었지만, 가족들과 지인들의 응원을 받으며 수험생들은 시험장으로 향했다. 대다수 수험생은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정문을 들어섰다.

수험생들의 노력한 대로만 성적이 나왔다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번이 첫 시험이라는 최호준(31)씨는 “1년 동안 집과 학원, 독서실만 반복하며 공부했다”며 “일 년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이 재시험이라는 임지현(29)씨는 “두번째 시험이지만 여전히 떨리는 건 마찬가지다”며 “지금까지 노력한 대로만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일을 하다가 새롭게 도전하는 수험생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직장을 퇴사하고 6개월 동안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다던 정모(52)씨는 “일을 하다가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흥미를 가지게 새롭게 도전하게 됐다”며 “늦은 나이이지만 도전이 헛되지 않게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년 동안 식당을 운영해 왔다는 김종훈(45)씨는 “직업 특성상 수입이 불안정해서 안정적인 직업이 가지고 싶어서 공무원시험을 공부했다”고 했다.

부모들은 수험장에 들어서는 자녀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며 정문 앞을 떠나지 못했다. 차에 내려서 고사장 안으로 들어가는 딸의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봤다. 그러다가 뒤에서 차가 빵빵 울리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아들과 함께 시험장에 찾은 허모(54)씨는 “몇 달 전 아들이 군에서 제대하고 오늘 첫 공무원시험을 치러 와서 데려다주는 길”이라며 “꼭 합격해 돌아오라는 말보다는 긴장하지 않고 덤덤하고 임하고 오라고 조언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