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7년 만에 재난 대응 매뉴얼을 전면 개정했다. 지난 2년 동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겪은 경찰이 그간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관리 체계를 새롭게 정비한 것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코로나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경찰의 임무·역할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특히 감염병 상황에서 ‘신속한 수사활동’이 명기됐다. 수사국은 확진자 등에 대한 동선·위치파악에 협조하고, 사이버수사국은 매점매석 행위에 적극 대응한다는 내용도 새롭게 담겼다. 선언적 조직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던 경찰재난대책본부(경대본)도 적극 활용하는 방침으로 변경됐다.

경찰청 전경.

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8월부터 ‘재난분야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 32종에 대한 전면 개정에 착수, 지난해 12월 말 완성된 매뉴얼을 각 시·도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에 배포했다. 경찰은 그간 매뉴얼을 지속적으로 수정해 왔지만 재난 분야 매뉴얼 32종을 한꺼번에 바꾼 건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처음이다.

새롭게 바뀐 매뉴얼에는 코로나 등 감염병 사태에서 경찰의 구체적인 임무·역할이 명시됐다. 특히 ‘신속한 수사활동’이 명기됐다. 구체적으로 수사국이 감염병에 확진된 내·외국인에 대한 동선·소재파악에 지원하고, 사이버수사국은 매점매석 행위에 적극 대응한다는 내용 등도 새롭게 포함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역량을 갖춘 수사국이 확진자 동선 파악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면서 “2009년 글로벌 팬데믹이었던 ‘신종플루’ 이후 온라인 매점매석 규모가 커진 만큼 기능 간 다툼이 벌어지지 않도록 담당 부서를 명확히 기재해 신속하게 범죄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코로나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상황에서 경대본을 적극 활용해 각 기능들에 대한 지휘·통제에 나선다는 내용도 강조됐다. 경대본은 경찰청 훈령에 따라 재난 상황에 설치되는 조직이다. 관련 규정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사실상 선언적인 조직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감염병 심각 단계에서 재난상황실을 설치하는 한편 허위정보 수사, 행방불명자 추적 수사, 감염병에 따른 사상·사망자 신원 확인, 환자 격리 지원, 출입 통제 지원 등도 매뉴얼에 구체화됐다.

아울러 경찰은 감염병 심각 단계에서 수사·형사·사이버·여청 등 수사부서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을 구성하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신고가 접수될 경우 구체적인 조치 요령 등에 대한 지침도 별도로 만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을 겪으면서 역학조사 체계나 확진자·격리자 문제 등 그간 깊게 고민하지 않았던 부분이 새롭게 등장했다”며 “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정비 필요성을 느껴 경찰력이 투입되는 재난 분야에 대한 매뉴얼을 새롭게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매뉴얼은 감염병 등으로 인한 사회 혼란을 차단하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재난 상황에서 경찰이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임무들이 기재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