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사 A씨는 아동학대 의심 정황을 경찰에 신고했다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A씨는 “하루 안에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한 교사가 3명이어서 누구인지 짐작하지 못할 상황이었는데 신고 2시간도 채 안돼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며 “경찰이 담임이 신고했다고 말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경찰에 항의 전화를 했지만 받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29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최근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교사에 대한 신고 의무가 강화되고 있지만, 정작 신고자에 대한 보호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B씨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측에서 학교에서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혀 곤란해진 경험이 있다”며 “가해 부모가 전화를 걸어 ‘너 이 XX 딱 기다려라’라는 말을 하기도 해 한동안 두려움에 떨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찰서에 신변보호요청과 관련해 문의를 했는데 절차가 복잡해서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최근 한 교사 커뮤니티에도 ‘경찰이 신고자보호를 해주지 않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아이가 맞았다고 이야기를 하길래 상태를 보고 심각하다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다”며 “신고 이후 학부모에게 전화가 와 ‘경찰이 교사가 성급했다고 말했다’라며 신고 현장에서 신고자보호가 미비하다”고 털어놨다.
현재 교직원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를 해야 하는 ‘신고의무자’에 해당한다. 아동학대처벌법 제63조에 따르면 신고의무자가 아동학대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 1월 8일에는 법사위 본회의에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의 과태료를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의결하는 등 교사의 신고 의무는 강화되고 있다.
지난 1월 초·중·고교 교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교사 네트워크인 실천교육교사모임이 교사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학대 신고 현황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65.9%가 재직 중인 학교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했거나, 의심 사례를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동학대 신고를 망설인 적이 있다’는 교사는 60.1%에 달했다. 실제 아동학대 신고 경험이 있는 교사는 19.3%에 그쳤다. 교사들이 신고를 망설이는 이유 중 ‘가해 주 양육자의 위협 때문에’ ‘신고 후 진행 절차에 대한 불신’ ‘신고 후 소송 걱정’ 등이 33.7%에 달했다. 70.1%(중복응답)에 달하는 교사들은 ‘신고자의 신변보호’를 아동학대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개선할 점으로 뽑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신고자 보호와 관련해 “신고의무자들은 현재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보호하고 있다”며 “익명제보나 학교장 명의 신고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신고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교사들이 겪고 있는 고충에 대해서는 “주로 신고를 당한 학부모들이 자체적으로 신고자를 판단하기 때문에 피해를 보는 교사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경우에는 신고자를 법적으로 보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의 관계자는 “정인이 사건, 조카 물고문 사건 등의 아동학대 사건으로 인해 교사의 신고의무가 강화되고 있다”며 “그러나 여전히 학교 측은 교사 개인에게 신고 의무를 떠넘기는 사례가 많아 책임은 교사가 온전히 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의 관리감독 의무를 강화하거나, 현장에서 학부모들의 추궁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고자 특정 발언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