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갑자기 이상한 냄새가 나서 공기청정기를 켜 보니 ‘가스 탐지’ 불이 들어와 있더라. 창문도 열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청 홈페이지에 ‘황화수소 같은 가스 악취가 나 119에 신고했습니다’라는 제목의 민원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송파구 장지동 한 아파트 주민이라고 밝힌 민원인은 “날이 좋아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가 유독 가스 같은 냄새가 나 119에 신고했다”며 “저와 같은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수백개가 올라와 있는데, 수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업체 허가 취소와 이전 또는 폐쇄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썼다. 송파구청 민원 홈페이지에는 이와 같은 악취 관련 민원들이 지난달 29일부터 전날까지 한 달 동안 총 88건 올라왔다.
송파구 장지동 일대가 최근 음식폐기물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음식폐기물 처리 시설 ‘리클린(Reclean)’이 악취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12년 리클린이 이곳에 들어온 뒤 최근까지 악취 민원이 계속되고 있지만, 구청의 소극적인 대처에 주민들의 불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리클린은 송파구를 비롯해 강남구, 광진구, 서초구, 성동구, 종로구, 중구, 강동구, 도봉구 등의 음식물류와 수질오염 물질을 처리하는 시설이다. 송파구에 기부채납 하는 조건으로 들어섰고 현재는 관리·운영만 하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 9시쯤, 리클린이 위치한 장지동 일대를 찾았다. 아파트와 물류창고를 지나자 아직 리클린 건물이 보이지 않는데도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시설까지는 400m를 더 걸어야 했는데 냄새가 먼저 시설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바로 앞에 공원이 있었지만 주민들도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할 뿐 여유롭게 산책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리클린과 근처에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은 바람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악취 때문에 밤에는 창문을 열지 못한 채 생활한다고 말했다. 리클린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 단지는 리클린 배출구와 불과 580m 거리였다.
40대 주부 김모씨는 “가끔씩 이상한 냄새가 올라와 문을 급히 닫을 때가 있다. 아이도 같이 생활하고 있는데 혹여나 안 좋은 영향이 있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퇴근길 발걸음을 재촉하던 직장인 김요한(가명·39)씨도 “냄새에 둔감한 편인데도 가끔 창밖에서 기분 나쁜 음식물 냄새가 나더라”라며 “쓰레기 처리 시설이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거주지까지 그런 냄새가 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송파구의회 조용근 의원이 제공한 ‘송파구 음식물류폐기물 처리시설 악취기술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리클린의 음식폐기물은 하루 292톤, 수질오염물질 처리량은 하루 239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황화합물’ 물질의 악취 기여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원이 계속되자 지역구 국회의원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도 기업 측에 악취 개선 시정 요구를 하고 있다. 남 의원실 관계자는 “입법부 입장에서는 권고를 할 뿐 강제 조치를 취하기 어려워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라고 했다.
송파구청은 대규모 악취방지시설 신설 보강을 위한 국·시비 및 구비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리클린에 악취기술진단 조치사항 중 기존 시설의 정상적인 기능 유지를 위한 유지 보수 공사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리클린 측은 “법에서 정한 악취 기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에 4억5000만원가량을 들여 시설 보수를 진행했고, 앞으로도 구청과 함께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