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청에서 발생한 강제추행을 방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를 위해 금천구청 소속 간부 등이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탄원서 제출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7일 금천구청과 법원 등에 따르면, 금천구청 소속 직원 일부가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오상용) 앞으로 A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 제출에 동참한 직원 중에는 국장급 간부를 포함해 10여명의 전·현직 금천구청 직원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얼마 전 금천구청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을 방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에 따르면 금천구청 소속 직원 두 명은 지난 7월 함께 일하던 동료 직원을 강제로 성추행한 혐의(특수준강제추행)로 피소됐다.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들의 직장 동료인 A씨가 당시 현장에서 범행을 방조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성추행에 직접 가담하진 않았으나 동료 직원들의 범행을 말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게는 특수준강제추행 방조 혐의가 적용됐다.
남부지법은 지난달 세 명의 직원을 전부 구속했고, 검찰은 지난 24일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금천구청은 고소장이 제출된 지난 7월 이들을 직위 해제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하고, 2차 가해로 고통받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2차 가해자에 대해 1차 가해자에 상응하는 징계를 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유 구청장이 입장문을 낸 지 한 달 만에 구청 간부까지 나서서 가해자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다. 조선비즈는 탄원서를 제출한 직원들에게 연락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 제출 자체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연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2차 가해의 범위는 ‘피해자가 피해를 회복하는 전 과정에 있어서 고통을 주는 행위’로 규정돼 있다”며 “탄원서를 제출하는 행위를 2차 가해로 단정지을 순 없지만, 자신의 직장 동료나 상사가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것만으로도 가해자 편을 드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피해자의 심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탄원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원과 피해 사실이 노출될 위험이 크기에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천구청은 “2차 가해 여부는 ‘여성 폭력 방지 기본법’ 규정에 어긋나는지를 먼저 조사해야 할 것 같다”며 “조사가 끝나는 대로 규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