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17일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이 회장에게 적용된 19개 혐의를 전부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이 회장이 2020년 9월 기소된 지 4년 10개월 만에 나온 확정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날 오전 11시 15분부터 진행한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 사건에 대한 상고심 선고 기일에서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이 회장에 대한 2심의 무죄 판결을 확정한다”고 선고했다.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등 13명의 피고인도 이날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삼성그룹은 2015년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양사를 합병했다. 검찰은 이런 합병비율 산정이 이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무리하게 이뤄져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보고 2020년 9월 이 회장과 경영진을 기소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삼성전자 주주인 삼성물산은 1주도 없던 상황에서, 그에게 유리한 합병이 이뤄지도록 그룹 차원에서 제일모직 기업가치는 높이고 삼성물산은 낮추는 작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거짓 정보 유포 ▲ 중요 정보 은폐 ▲ 허위 호재 공표 ▲ 주요 주주 매수 ▲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 계열사인 삼성증권 조직 동원 ▲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이 이뤄졌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다. 검찰이 이 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19개에 이른다. 검찰은 2023년 11월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징역 5년,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1심은 작년 2월 이 회장의 19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 부정 혐의와 관련해 2019년 5월 검찰이 압수한 18테라바이트 규모의 백업 서버 등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러나 2심도 지난 2월 4일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로직스 서버 등은 증거 능력이 없고,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출된 증거물 역시 증거 능력이 없다”고 했다.
또 2심은 쟁점이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회계 부정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부 피고인들의 특정한 의도 내지 방향성을 드러내거나 문서를 조작하는 등의 부적절한 행위가 개입됐으나 그 처리 결과는 삼바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이라는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는 것이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2심에도 불복해 지난 2월 7일 상고했다. 당시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 부정과 부정거래 행위에 대한 법리 판단 등에 대해 검찰과 견해 차이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이 회장에 대해 무죄를 그대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