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침대 천안 공장에 쌓여 있는 라돈침대 매트리스. /조선DB

소비자들이 방사능 물질 ‘라돈’이 검출된 음이온 매트리스 제조사인 대진침대를 상대로 걸은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서 소비자들 일부 승소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라돈 침대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독성물질 노출로 인한 정신적 피해는 사실이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위자료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3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대진침대 소비자들이 대진침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진침대가 소비자들에 음이온 매트리스 가격 만큼의 손해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대진침대 제품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되며 시작됐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이기도 하다.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해당 매트리스를 10시간 이용 시 피폭량이 안전기준인 연간 1밀리시버트(mSv)를 초과한다는 결론을 냈다. 이에 지난 2018년 소비자 570여명이 대진침대를 상대로 인당 1000만원 상당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걸었다.

1심은 지난 2023년 12월 소비자들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대진침대가 음이온 매트리스를 만들어 팔던 2006~2015년 당시에는 방사성 물질을 원료로 사용한 가공 제품을 규제하는 법령이 없었다”라며 “(대진침대가)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게 없다”고 했다.

반면 2심은 지난해 12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며 대진침대가 소비자 1인당 1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 했다. 재판부는 “구체적 법적 기준이 없었다 해도, 인체에 유해한 방사성 물질을 (일상용품에) 쓰는 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비자들은 매트리스를 이용하며 본인 의사와 상관 없이 안전기준을 초과하는 방사선 피폭을 당했고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이라며 “독성물질에 노출된 피해자가 병에 걸리지 않았어도,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