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중에 남성만 병역 의무를 지도록 하는 병역법 조항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헌법소원이 16일 제기됐다. 해당 조항에 대해서는 앞서 헌법재판소가 세 차례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이 가운데 한 차례에서는 위헌이라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이날 정모(24)씨는 헌재에 병역법 3조 1항은 위헌이라고 판단할 만한 사회 현실의 변화가 있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냈다. 정씨는 오는 11월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그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조항에는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병역법에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병역 의무를 남성에게만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은 ‘여성은 지원에 의해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씨는 헌법소원에서 출생율 저하로 병역 자원 확보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여성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출생율 저하가 심각하고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므로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병역 의무를 확대하는 게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정씨는 현대전 양상 변화에 따른 병역 자원 다양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현대전은 과거의 재래식 전투 중심에서 첨단 기술과 정보를 활용한 복합적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군에 요구되는 인력 역량이 첨단기술 전문가 등으로 새롭게 바뀌어야 하고 기술집약형 정예강군 육성을 위한 인력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별에 관계없이 다양한 인재를 활용하는 것이 군사적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씨는 남녀 모두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사회 통합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병역 의무의 불평등한 부담이 단순한 군 복무기간의 문제를 넘어 경력 단절, 소득 손실, 사회적 기회 제한 등으로 이어져 젠더 갈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에게도 일정 형태의 병역 의무를 부과하거나, 남성의 병역의무 이행에 따른 불이익을 실질적으로 보전하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한국사회 문제로 부각된 젠더 갈등을 완화하고 사회통합을 촉진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헌법소원은 법무법인 평천의 정민규 대표변호사가 대리하고 있다.
한편 헌재는 병역법 3조 1항에 대해 2010년, 2014년과 2023년 세 차례에 걸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는 “일반적으로 집단으로서의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신체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여성이 복무할 수 있는)보충역과 전시 근로역도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국가 비상사태에 즉시 전력으로 편입될 수 있는 예비적 전력”이라고 했다. 또 “비교법적으로 보아도 징병제가 존재하는 70여개 나라 중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나라(이스라엘 등)는 극히 한정돼 있다”고 했다.
다만 헌재의 2010년 합헌 결정에서는 이공현·목영준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었다. 두 재판관은 “병역법이 남성의 체력적 강인함과 무관한 공익근무요원 등 보충역이나 제2국민역까지 모두 남자만 복무하도록 하고 있어 합리적 이유 없이 남녀를 차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런 차별의 불합리성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으므로 남성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 조항”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