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장갑차 위에 올라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반전(反戰) 시위를 했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2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운동가들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비폭력 반전 시민단체 ‘전쟁 없는 세상’ 소속 8명의 업무방해 혐의 상고심에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2심은 이들 8명에 각각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전쟁 없는 세상 소속 A씨 등 8명은 지난 2022년 9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2022’ 박람회 전시품인 K808 장갑차 위에 올라가 약 5분간 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전쟁 장사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피고인 측은 “악기를 연주하거나 구호를 외친 시간은 5분 정도였고, 보안요원의 제지 시도를 차단하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위에 참여한 인원 규모, 지속 시간, 장소 특성 등을 고려하면 (시위 행위가) 업무 방해로 처벌받을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다.
1심은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여 운동가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해 각각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업무방해죄는 업무방해라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만 발생해도 성립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박람회장에서 소란을 일으켜 행사 관계자, 참여업체들에 불편을 끼쳤고, 박람회에 대한 일반 관람객들 인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고 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다시 뒤집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은 박람회에 설치된 1350개 전시 부스 중 1개 부스에서만 반전 시위를 했으며, 지속 시간은 5분 이내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급적 전시회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자신들 의사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들 행위로 박람회 업무가 실제 방해됐다거나, 방해될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