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대형로펌의 법원·검찰 출신 법조인 영입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법원에서 재판을 이끄는 판사들과 사법연수원 기수가 비슷한 법관을 영입하기 위한 로펌 간 경쟁이 치열하다. 판사와 기수를 맞추면 법원의 분위기나 생각, 성향 등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효율적인 소송 대응이 가능하다고 판단해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약 40여명의 법관이 법원에서 대형로펌으로 직을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10대 대형로펌이 영입한 법관의 수는 30명이었는데, 올해 로펌들이 지난해보다 많은 수를 영입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10여명의 전직 법관을 영입했고, 뒤이어 법무법인 바른과 태평양이 각 4명을, 법무법인 광장과 화우가 각 3명을,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율촌, 세종이 각 2명씩 영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형로펌 10곳이 영입한 법관들은 사법연수원 33~35기가 가장 많다. 33~35기는 법원의 ‘허리’격으로, 고등법원 부장들과 함께 재판을 맡은 고법 판사나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된지 2~5년 이상 된 기수다. 대형로펌의 한 대표 변호사는 “법원에서도 특정 기수의 판사들이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데, 로펌의 송무 분야도 (법원과) 같은 기수의 변호사가 주축이 된다”며 “해당 기수를 벗어나면 현장과 멀어지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로펌은 법원의 핵심 기수 대의 인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어떤 법관을 영입하냐는 로펌 수익과도 직결된다. 개별 사건에 전문성이 있고 현재 법원 상황을 제일 잘 아는 이들이 투입되면 승소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형로펌의 한 송무그룹 대표 변호사는 “승소는 다른 사건 수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 첫 걸음”이라며 “중요 사건에서 승소할 경우 로펌들의 명성도 올라가는데, 사건 수임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펌들이 사활을 걸고 각 분야에 전문가를 영입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바른은 지난해 HD현대와 근로자들의 통상임금 소송을 대리하며 조정을 이끌었다. 근로자 측을 대리한 바른은 100억원대 보수를 받았는데, 창사 25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을 넘기게 된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BBQ와 BHC의 손해배상 사건에서 BBQ를 대리한 화우는 bhc가 BBQ에 2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율촌은 2020년 2월 김앤장과 함께 승합차 호출서비스 타다를 무죄로 이끌었다. 모두 전직 법관들이 키를 잡은 사건들이다.
로펌에 지속적으로 젊은 기수를 영입해 회사가 고령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다. 다른 대형로펌의 대표 변호사는 “예를 들어 야구에서 투수 한명만 믿고 구단을 운영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송무 분야에는 여러 파트가 있는데, 새로운 피를 수혈하면서 조직에 활력과 기능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