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에서 개별 판매자가 물건을 팔 때 개인정보 보호 의무가 오픈마켓 측에 있는지 판매자 측에 있는지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지난달 말 “오픈마켓 판매자 측에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오픈마켓 측에 책임이 있다고 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개보위에서 내린 시정명령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지마켓이 개보위를 상대로 낸 시정조치 명령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지마켓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은 “이 사건 기록과 원심판결 및 상고 이유를 모두 살펴보았으나, 상고 이유에 관한 주장은 이유가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원심은 지마켓에 입점한 판매자들이 ‘개인정보 취급자’가 아닌 ‘개인정보 처리자’이므로 판매자 스스로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처리자가 개인정보 취급자를 적절히 관리·감독하면서 개인정보를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보위는 오픈마켓 입점 판매자가 개인정보 취급자이므로 오픈마켓에 지휘·감독 의무가 있다고 보고 지마켓 측이 이를 어겼다고 판단했지만, 법원은 이러한 판단이 잘못됐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개별 판매자가 오픈마켓에 종속적인 위치에 있지 않고, 제삼자의 위치에서 영업을 했으므로 개인정보 처리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 취급자는 개인정보 처리자에 종속돼 그의 필요에 따라 업무 범위를 조정할 수도 있는 위치인데, 오픈마켓 판매자는 개인정보 처리시스템에 대한 접근 권한을 부여받아 오로지 자신의 업무를 위해 정보를 처리한 제삼자이므로 취급자와는 다른 위치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 법원은 개보위가 판매자 정보를 해킹해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점을 우려해 오픈마켓 측에 이 같은 처분이 내렸는데, 이를 예방할 만한 보호 조치는 판매자 측에서도 취했어야 한다며 오픈마켓의 측의 잘못이 아니라고 봤다. 이어 지마켓(오픈마켓)에 개인정보 보호 조치와 감독 의무가 강제 된다면, 오픈마켓이 수십만명에 이르는 판매자를 모두 관리하는 부담을 지게 될 것이고 판매자 측 과실로 생긴 손해도 오픈마켓 측에 전가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판시했다.

지마켓 승소가 확정됨에 따라 같은 소송을 치르고 있는 다른 오픈마켓 역시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도 지난 10일 시정명령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개보위가 판결에 불복하고 상고를 제기하더라도 연이은 승소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