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달러화나 유로화로 발행한 회사채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16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일본 국채 금리가 최근 요동치면서 일본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엔화로 회사채 발행을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NTT·닛산·소프트뱅크 등 일본 비(非)금융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발행한 달러·유로 채권이 현재까지 총 427억달러(약 60조원)로 작년 전체(271억달러)는 물론 역대 최대였던 2021년 기록(409억달러)도 뛰어넘었다. 외국인들이 일본 채권시장에서 발행하는 엔화 표시 채권을 통상 ‘사무라이 본드’라고 부르는데, 거꾸로 일본 기업들이 해외에서 엔화가 아닌 통화로 발행하는 이런 채권을 가리켜 ‘역사무라이(reverse Samurai) 본드’라 부르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일본 기업들이 자국 채권시장을 외면하는 이유는 최근 일본 채권 금리가 치솟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집권 자민당은 1인당 최대 4만엔 현금 살포를, 입헌민주당 등 야당은 소비세 감세를 공약하면서 대규모 재정 부담이 예고된 상태다. 대규모 채권 발행 우려 속에 장기 국채 매도 압력이 커지면서 2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연 2.65%까지 올라 1999년 최초 발행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10년물도 15일 한때 1.6%까지 오르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7년여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런 여파로 현재 신용 등급 A등급 일본 기업의 7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약 1.6%로, 약 1년 반 전보다 두 배 올랐다. 2021년엔 거의 ‘0%’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