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30만원대로 올라선 SK하이닉스(000660) 주가가 장중 급락하고 있다. 주가 반등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증권가에서는 추가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17일 오후 1시 47분 기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2만6000원(8.78%) 내린 26만9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4일 30만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SK그룹 편입 후 종가 기준으로 12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 뒤 이날 갑자기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가 이보다 큰 변동성을 보인 날은 11.03% 폭등한 지난 4월 10일이다.
주가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은 건 이날 증권가의 분석 리포트 때문으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부터 HBM 시장의 경쟁 심화로 제품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화투자증권도 반도체 산업 분석 리포트에서 “내년 HBM 시장 구도의 변화 가능성이 주가 하락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금일 급락으로 밸류에이션 레벨은 P/B 1.8X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추가 조정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내년까지 인공지능(AI) 관련 업사이클이 지속된다는 관점에서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은 유지하지만, 단기적으로 HBM 시장 구도 변화 가능성과 D5 공급 증가에 따른 컨벤셔널 디램 가격 하락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7~9월 반도체 업종 주가 하락 구간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며,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올해 실적 기준 P/B 1.5X 수준, 지난해 9월 저점 밸류까지 조정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작년 9월 19일 종가 기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5만2800원이었다.
한화투자증권은 내년 HBM 시장에서의 큰 변화는 경쟁 심화라고 전망했다. 여전히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1위 구도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으나, 점유율 측면에서의 변화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내년 SK하이닉스의 HBM 출하량 예상치는 약 160억 Gb로, 이는 올해 성장세 대비 둔화되는 수치다.
김 연구원은 “HBM 세대 전환 속도 감소와 후발주자들의 기술 격차 축소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실상 SK하이닉스의 독점 구도가 유지되던 것과 달리 내년 개화가 예상되는 HBM4는 독점 구도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SK하이닉스의 판매가와 이익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