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장 공백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된 민간 제재심의위원의 위촉도 늦어지고 있다. 당장 제재 심의를 진행하는 데 무리는 없으나, 원장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제재심의위원회에 필요한 전문성에도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제재심의위원회 민간위원은 20명 정원 중 8명이 활동 중이며, 지난 6일 임기가 만료된 민간 제재심의위원 7명에 대한 후임 위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은 최근까지 금감원·금융위 직원으로 이뤄진 당연직 위원 4명과 민간 위원 15명 등 총 19명으로 운영돼 왔다. 민간위원들의 임기는 2년으로, 각각 7명과 8명씩 1년의 차이를 두고 임기를 설정해 운영 중이다. 최근 임기가 만료된 민간 위원 7명은 지난 2025년 임기를 시작했으며, 현재는 지난해 임명된 민간 위원들만이 활동 중이다.
금감원은 2018년 제재심의 위원을 20인 정원으로 개편하고 대체로 20명에 가까운 민간 위원을 위촉해 운영해 왔다. 지난해에는 효율화를 이유로 한때 7명의 민간 위원으로 운영하기도 했으나, 올해 초 8명의 민간 위원을 추가로 위촉하면서 15인 체제로 회귀했다.
이번 민간위원 위촉 지연은 원장 공백 때문이다.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지난 6월 5일 임기 만료로 퇴임했으나, 한 달 넘게 인선이 지연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 주도로 추진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맞물리면서 인선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은 원장 선임 이후 서둘러 민간 위원 위촉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후임 원장이 결정되지 않아 인선 이후 민간 위원을 어떻게 위촉할지 결정할 예정”이라며 “조속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민간위원 위촉이 늦어지더라도 당장 제재심 운영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제재심 민간위원은 ‘풀(pool)’ 방식으로 운영하며 심의 사건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 상충 등을 고려해 민간위원 중 일부가 제재심에 참석하고 있다. 대회의에는 당연직 위원 3인과 민간위원 5명, 소회의에는 당연직 위원 2명과 민간위원 2명이 참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재 민간 위원 8명이 남아 있는 만큼 현재 풀만으로도 규정상 필요한 민간위원 수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의 업무 범위가 계속 늘어나고, 전문성이 깊이 요구되면서 제재심의 위원을 빠르게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해 가상자산 관련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올해 초에는 전자금융 전담 부서를 만드는 등 업무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제재 수준을 결정하는 민간 위원들에게 필요한 전문성의 범위도 함께 커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위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의 민간위원을 풀 방식으로 운영하기 이전에는 6명의 고정 인력으로 위원회를 꾸렸지만, 그때는 전통 금융 산업에 대한 이해도만으로도 충분했던 시기”라며 “지금은 핀테크,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것이 실무적으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원장 공백으로 인한 업무 지연은 민간 위원 위촉에만 그치지 않는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리더십 공백으로 주요 현안에 대한 보고가 지연되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제재심의 위원 위촉이 늦어지는 것은 대외적으로 보이는 한 부분일 뿐, 내부적으로는 수많은 업무가 지연되고 있다”며 “후임 원장 인선이 빠르게 이뤄져야 내부 정체된 업무들도 물꼬가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