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가 치솟으며 투자자 예탁금(주식 거래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예치한 대기자금)도 쌓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 예탁금을 굴려 쏠쏠한 수익을 얻고 있는데,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이용료는 여전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예탁금 이용료율 인상 유도책을 내놨지만 전혀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65조1957억원이다. 5월 말까지 50조원대를 등락하던 투자자 예탁금은 국내 증시가 오르자 한 달 만에 10조원 넘게 불어나 이달 1일 70조원을 돌파했다. 투자자 예탁금이 70조원을 넘긴 것은 지난 2022년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거래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두는 돈으로, 일종의 증시 대기 자금으로 통한다. 증권사는 투자자의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맡겨 운용하고 이를 통해 운용 수익을 얻는다.
올해 투자자 예탁금이 크게 불어나면서 증권사의 예탁금 운용 수익 또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분기 기준 주요 증권사들의 운용수익률은 대부분 3%대다.
이렇다 보니 1%에 머무는 예탁금 이용료율에 아쉽다는 투자자 반응이 나온다. 예탁금 운용 수익률이 3%대 중반인 점을 고려하면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몫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요 증권사들의 예탁금 이용료율은 1%로 동결된 상태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증권(016360), 대신증권(003540),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토스증권 등의 예탁금 이용료율은 모두 1%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예탁금 이용료율을 오히려 낮췄다. 주요 증권사 중 예탁금 이용료율이 2%로 가장 높았던 하나증권은 이달 14일부터 1.75%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KB증권(1%)과 메리츠증권(0.6%)도 이달 들어 이용료율을 내려 잡았다.
증권사별로 보면 삼성증권은 예탁금 이용료율이 50만원 이상인 경우 1%, 미만인 경우 0.1%다. 이용료율과 운용수익률(3.62%)의 차이를 단순 고려하면 증권사는 약 2.62~3.61% 수준의 이자를 거둬들이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월 증권사들의 예탁금 이용료율 인상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예탁금 이용료율과 운용수익률 공시를 의무화한 바 있다. 당시 주요 증권사들이 예탁금 운용 수익의 20%만 투자자에게 돌려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이 일자 당국이 나선 것이다.
증권사들은 금리 동결 국면에서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상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낮은 이용료율이 적용되는 일반 주식 계좌를 사용하는 투자자가 예전과 달리 많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 금리가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운용 수익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예탁금 이용료율 또한 연동돼 내려간다”며 “최근 투자자들은 예탁금 이용료율이 적용되는 일반 주식계좌보다는 비교적 금리가 높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