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본부 전경

이재명 정부의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조직 권한을 확대해 달라고 정치권에 요구하며 몸집 키우기를 시도하고 있다.

1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 보고 자리에서 현재 금융 당국이 갖고 있는 거시 건전성 관리 권한 일부를 한은에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주택 담보 대출 제한에 활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담보인정비율(LTV) 규제, 금융회사가 유사시를 대비해 쌓아둬야 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등 규제 결정권을 달라고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가계 부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한은이 금융 기관에 대한 단독 검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현재는 한은이 필요할 경우 금감원과 공동 검사를 해야 하는데, 한은의 역할을 보다 확대해 달라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정기획위가 입장을 물어와서 가계 부채 관리를 위한 의견을 밝힌 것”이라며 “은행 경영 등에 관여하겠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기획재정부, 금융위, 금감원, 한은이 거시 건전성 정책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한은의 ‘금융 안정’ 목표에 걸맞은 수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정부는 금융위의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감독 기능은 금감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어내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을 신설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개편 대상인 금감원도 조직 방어에 한창이다. 금감원 고위 간부들은 지난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찾아 ‘금융 소비자 보호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되, 조직을 금감원 내에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 금융위의 권한인 감독 규정 개정 등까지 금감원이 가져올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비하자는 금융 체계 개편 취지와는 무관한 조직 보신 논리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금융감독원 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