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많이 오른 것 같아서 지난달에 다 팔았는데...”(회사원 K씨) “삼성전자 물타지 말고 하이닉스를 샀어야 했는데 속상해요.”(주부 A씨)

11일 SK하이닉스 주가가 장중 30만원을 돌파했다. 미국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전날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훈풍을 불어넣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다.

이날 오전 SK하이닉스는 JP모간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한 폭풍 매수세가 몰리면서 장중 30만650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장 후반 기관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종가는 전날보다 0.84% 내린 29만4500원에 마감했다.

‘30만닉스’(30만원대+하이닉스)는 지난 2012년 SK하이닉스가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처음이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17만원대에서 움직였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만 80% 가까이 오르면서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SK하이닉스의 깜짝 신고가 소식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한숨이 터져 나왔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개인 투자자가 올해 2조6000억원어치 팔아치운 ‘순매도 1위’ 종목이었다. 부진했던 주가가 반등하자, 개인들은 매도 버튼을 누르고 시장을 떠났다. 참고로 개인 순매수 1위는 삼성SDI였다.

개인들이 던진 물량의 상당수는 외국인이 받아냈다. 실제로 올해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은 SK하이닉스로, 그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월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의 SK하이닉스 부스를 깜짝 방문해 "HBM4(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를 잘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4일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가의 영업이익 예상치는 9조원에 달한다.

앞서 지난 8일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이었다. 증권가 예상대로 SK하이닉스가 9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경우,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으로 삼성전자를 앞서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호실적 기대감에 증권가 눈높이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4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주가가 43만원까지 오를 경우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약 313조원으로 불어나며, 코스피 시총 1위인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50조원 안팎으로 좁혀지게 된다.

11일 코스피가 장중 3200선을 돌파했다. 지난 2021년 9월 6일(장중 3206.25) 이후 약 3년 10개월 만이다.

또 다른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지난달 펴낸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2027년 영업이익은 60조307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JP모건은 “SK하이닉스가 2026년까지 HBM 기술 리더십을 유지할 것”이라며 “기술 격차를 앞세워 경쟁사 대비 제품을 빠르게 준비하면서 4년 연속 이익 사이클을 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서는 신한투자증권이 목표 주가를 38만원으로 가장 높게 제시했다. 압도적인 D램 수익성이 경쟁 우위를 다시 한번 입증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한 달간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 주가는 대부분 30만원대 중반에 형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