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오는 8월 금리 방향을 두고 증권가의 의견이 엇갈렸다. 경기 부양을 위해 다시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정책 효과를 확인하고자 한 번 더 동결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금통위는 10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과 같은 연 2.5%로 유지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11월 인하, 올해 1월·4월 동결, 2월·5월 인하를 결정해 왔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올해 하반기 금통위가 금리를 더 내릴 것이란 점에선 같은 목소리를 냈다. 건설 투자 회복이 더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수출까지 둔화하면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금통위가 8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지를 두고선 차이를 보였다. 6·27 가계 대출 규제 이후 부동산 시장이 진정세를 보이는지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금리 2회 인하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8월이 아닌 10월과 11월 인하 결정을 예상했다. 그는 “8월까지는 부동산 시장을 관망하며 평가한 뒤 민간 소비 회복 등을 위해 인하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10~12월)에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신 연구원은 “금융 안정을 해치는 불균형 요인인 주택 시장 및 가계 부채 이슈가 안정화한 뒤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며 “3분기(7~9월)까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다시 고개를 든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글로벌 수탁은행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의 벤 루크(Ben Luk) 수석 멀티에셋 전략가는 “현재 한국의 온라인 물가가 최근 3년 내 최고 수준이고 공식 인플레이션 수치를 웃돌고 있다”며 “금통위의 금리 인하 결정이 시장에 혼재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8월에도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금통위 위원 7명 중 4명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고, 7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주택시장은 서울 등 수도권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다가 정부의 가계 부채 대책 시행 이후 다소 진정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 만큼 8월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론 (가계 대출 규제) 정책 영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인하 시점이 10월로 미뤄질 수는 있지만, 저성장 기조 상황에 따라 8월 인하 후 연내 동결한다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인하를 포함해 연말까지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효과 현실화, 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9월 금리 인하 신호 확인, 미국의 관세율 상향 조정 등으로 금통위가 여전히 8월에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