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

숏폼 영상 플랫폼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 바이트댄스가 한국 사모펀드(PEF)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PEF에 출자함으로써 한국 기업들에 간접 투자하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자본의 한국 PE 시장 진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기업들의 기술 유출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국내 PE들의 운신의 폭이 작아질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중국 자본이 틈새를 파고들어 영향력을 키울 공산이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바이트댄스 측에서 최근 한국 PE 몇 곳에 출자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트댄스는 지난해 매출액이 1550억달러(약 210조원)에 달했다. 비상장사로, 기업가치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3000억달러(약 410조원) 수준이었다.

바이트댄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웹툰 회사 키다리스튜디오와 자회사 레진엔터테인먼트에 총 480억원을 투자하며 화제가 된 적이 있으나, PE에 출자한 사례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 없다.

IB 업계 관계자들은 바이트댄스 같은 중국 빅테크 기업이 한국 PEF에 출자자(LP)로 나서게 될 경우 투자 시장의 지형을 흔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최근 여당이 추진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PE의 차입매수(LBO)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도 포함돼있다. PE는 보통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를 집행할 때 에쿼티(지분) 투자와 차입을 병행해 자기자본수익률(ROE)을 끌어올리는데, 차입에 제한을 받게 되면 ROE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연기금이나 공제회 같은 펀드 출자자(LP) 입장에선 출자를 꺼릴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한 PE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중국 빅테크 같은 자본이 들어와 출자하겠다고 하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관들의 PEF 출자가 감소하고 중국계 자본의 영향력이 더 커진다면, 기술 유출 리스크가 불거질 우려가 있다. 중국 자본이 출자한 펀드가 반도체나 방산 업체 등에 투자할 경우 그럴 위험이 더 커진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싸움의 불똥이 한국 사모펀드와 기업들에 튈 우려도 있다. 중국 자본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이유로 미국이 해당 기업에 대한 첨단 장비나 기술 수출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내 PE 업계는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아직 새 법안의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BO 규제의 기본 골자는 PEF의 차입 한도를 펀드 순자산의 400%에서 200%로 축소하자는 것이지만, 시행령에서 예외 사항을 추가할 가능성도 있어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며 “다만 레버리지 한도가 대폭 제한될 경우, 국내 시장에서 해외 자본만 활약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