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적 298인, 재석 272인, 찬성 220인, 반대 29인, 기권 23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기업 이사의 직무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3일 국회를 통과했다. 여야는 상법 개정으로 이사 등에 대한 소송이 늘어 기업 경영 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 배임죄 보완·폐지 등의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날 본회의 재석 272명 중 찬성 220명, 반대 29명, 기권 23명으로 가결됐다. 이사가 직무를 충실히 할 의무를 갖는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한 조항은 공포 즉시 시행된다. 감사위원을 선임·해임할 때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은 1년 유예를 거쳐 시행된다.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고 이사회 내 비율을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높이는 내용이 담기고, 전자 주주총회 개최도 의무화됐다.

그래픽=박상훈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의·중기중앙회 등 경제 8단체는 이날 입장문에서 “이사에 대한 소송 방어 수단이 마련되지 못했고, 투기 세력 등의 감사위원 선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법 통과가 아쉽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배임죄와 관련해서는 경영상 면책 규정을 넣는 등 추후 형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기로 여당과 합의를 봤다”며 “배임죄 규정에 ‘경영 판단의 원칙’을 위법성 조각 사유로 명시하면 기업들의 우려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도 “경영진이 합리적으로 경영상 판단을 내렸을 땐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배임죄 폐지에 대해서도 추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일본·독일처럼 ‘경영상 판단’은 책임 안 물을 듯

여야가 3일 상법 개정을 계기로 배임죄를 손보기로 한 건 기업 이사 등에 대한 소송 급증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 전 대법원 판례는 일반 주주 관련 사건에서는 이사들의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기존엔 이사가 ‘회사’에 대해서만 충실 의무를 가졌기 때문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앞으로 이사를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하는 주주들의 소송이 급증하고 투기자본 등의 무차별적인 경영권 공격이 극심해질 수 있다”며 “아예 배임죄를 폐지하는 것을 포함해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배임죄는 오너, 전문 경영인, 직원 등이 맡은 임무에 위배해 이익을 취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킬 때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죄다. 형법과 상법, 특정경제가중처벌법(특경가법)에 각각 명시돼 있다. 특경가법상 50억원 이상 범죄 형량은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살인죄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배임죄가 없고, 대신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사기죄를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배임죄가 있지만 자신이나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 아닌 경영상 판단은 처벌하지 않는다. 독일도 비슷한 면책 규정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이사가 자신이나 제3자의 재산상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신중하게 행위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조항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제계에서는 상법 개정을 계기로 통상적인 자금 조달을 위한 이사회 결정 등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무차별적으로 소송과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해 6월 “삼라만상을 모두 처벌 대상으로 삼는 배임죄”라며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도입한다면 배임죄는 폐지하는 것이 낫다고 공개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에 제외된)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도 공청회를 열어서 의견을 수렴한 후에 7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