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 해킹 사건의 수혜주로 롤러코스터 주가 흐름을 탔던 엑스큐어(070300)가 2일 시가 대비 40% 낮은 유상증자 발행가액을 공시했다. 엑스큐어가 한때 6000원대까지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유증가격 1422원은 회사 입장에서 다소 아쉽다.

회사 측은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113억원)을 모두 유심 사업에 쓰겠단 계획이다. 시장 일각에선 회사 자금 상황이 녹록지 못한 가운데 무리한 결정을 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손민균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엑스큐어는 지난 5월 결정한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1차 발행가액이 1422원으로 결정됐다고 전날 공시했다. 7월 2일 종가 대비 973원(40.2%) 낮은 수준이다. 최종 발행가액은 오는 8월 5일 확정된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다. 다음 달 7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구주주 청약 후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내달 12~13일 일반공모 청약을 거쳐 9월 10일 신주를 상장한다.

엑스큐어는 올해 5월 처음 유상증자를 결정했을 때 총 166억원을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유심 사업 등 운영자금에 150억원, 채무상환에 16억원을 배정했다. 당시 시가총액(309억원) 대비 절반 규모다.

그러나 유상증자 결정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타면서 발행 예정가액도 2070원에서 1422원으로 낮아졌다. 조달금액 역시 113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전날 회사는 조달자금 전액을 모두 운영자금에 쓰겠다고 정정공시했다.

주주들은 어쩔 수 없이 유상증자에라도 참여하자는 분위기다.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할인율이 높은 유증에 참여해 ‘물타기’라도 해야겠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NH투자증권 나무앱에 따르면 엑스큐어의 손실 투자자 비중은 94.69%로,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53.31%다.

회사는 1주당 0.3주의 비율로 무상증자도 진행한다. 신주배정기준일은 오는 8월 21일이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된 신주에 대해서도 자동으로 무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 유상증자 참여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엑스큐어 로고. /엑스큐어 제공

다만 유상증자가 성공하더라도 회사가 끌어모은 자금을 모두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으로부터 빌린 단기차입금 16억원을 포함해 올해 안에 도래할 수 있는 유동성 부채가 약 166억원이다. 반면 올해 3월 말 기준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07억원에 불과해 유동성 부담이 크다.

특히 지난해 발행한 제3·4회차 전환사채(CB) 풋옵션 행사 기간이 올해 12월에 도래한다. 발행 규모는 총 150억원으로, 이달 2일 기준 시가총액(233억원)의 64% 규모다. 전환가액은 모두 2443원으로, 2일 종가(2415원)와 유사한 수준이라 주가 상승 이벤트가 없는 이상 투자자들이 전환청구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엑스큐어 측은 “(주가가 부진해) 투자자들의 풋옵션 청구가 들어올 경우 차환 발행을 추진하거나 보유 중인 금융자산 약 111억원을 유동화해 상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엑스큐어는 SKT 유심 사태로 수혜를 입으며 주가가 급등했다. 2000원대에서 횡보하던 주가는 4월 말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6500원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유심 관련 재료가 소멸하면서 주가는 빠르게 하락했다. 현재는 유심 사태 이전의 수준인 2200~2300원대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