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 인터넷(CRCL·서클)의 주가 전망이 극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대체로 높이 평가하면서도 서클이 현재 기업 가치에 부합하는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단기간에 서클 투자를 확대했던 서학개미(미국 주식 개인 투자자)들은 어느 쪽 전망이 맞는지에 따라 희비가 크게 갈릴 전망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클 주식은 밤사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192.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주가가 6.2%(11.24달러) 올랐다. 미국 투자 전문 플랫폼 마켓스크리너 집계상 13개 기관이 제시한 서클 목표 주가는 평균 204.2달러다. 현재 주가 대비 6%가량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은 서클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Buy)’와 함께 목표 주가로 243달러를 제시했다. 씨티그룹은 서클이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주도하는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평균치보다 높은 목표 주가를 제시한 니덤 앤 컴퍼니(Needham &Company·250달러), 번스타인(Bernstein·230달러), 바클리즈(Barclays·215달러) 등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빠른 성장 속에서 서클의 USDC가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상원 문턱을 넘어 하원에서 논의 중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낙관론의 한 근거다. 법안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준비금을 현금이나 단기 국채 등 안전 자산으로 구성하고, 외부 감사를 받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시장 점유율이 60%를 웃도는 테더의 USDT가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법이 시행되면 서클의 USDC가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반대로 JP모건은 서클에 대한 투자의견 ‘비중 축소(Underweight)’에 목표 주가를 80달러로 제시했다. 현재 주가 대비 반 토막에도 못 미친다.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도 서클에 대해 투자의견 ‘중립(Neutral·Hold)’과 함께 목표 주가를 각각 83달러, 155달러로 정했다.
이들 역시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에 따라 서클의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현재 서클의 밸류에이션(Valuation·기업 평가 가치)이 너무 고평가 상태라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앞으로 진행될 제도 변화나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디지털화폐(CBDC) 등과 같은 변수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는 의견이다.
서클 주식은 지난달 5일 상장 이후 공모가(31달러) 대비 9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현재 주가도 공모가보다 6배 이상 높다. JP모건은 “서클은 훌륭한 기업이지만, 지금은 살 때가 아니다”라며 “현재 주가는 너무 비싸고, 금리나 경쟁 위협을 과소평가한 상태”라고 했다.
서클 주가가 고점을 찍고 조정을 겪으면서 이미 손실 구간에 들어선 투자자가 늘고 있다. 네이버페이 ‘내 자산’ 서비스와 연동한 서클 투자자 1만5035명의 평균 평가 이익률은 -11.7%다. 투자자 가운데 40% 이상이 평가 손실을 보고 있다.
서클은 스테이블코인 열풍을 타고 서학개미 인기 종목으로 떠올랐다. 6월 19일 국내 투자자가 많이 보유한 미국 주식 47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상위 50위권 진입했다. 지난달 말 기준 보관 금액 6억2260만달러(약 8450억원)로 29위까지 상승했다. 6월 순매수 결제 규모는 6억398만달러(약 8200억원)로 해외 주식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 화폐와 가치가 연동되도록 설계한 가상 자산이다. ‘1코인은 1달러’ 같은 식이다. 가격 변동성이 큰 기존 가상 자산과 달리 안정적(Stable)이어서 일상 거래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