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6월 한 달간 14% 가까이 급등한 가운데 공매도 잔고가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지나치게 올랐다고 판단되면 하락에 ‘베팅’해 수익을 얻는 투자 기법인 공매도는 증시 과열 위험을 먼저 알려준다 해서 ‘탄광의 카나리아’로 여겨지기도 한다. 코스피는 지난달 20일 3000선을 돌파한 이후 30일까지 3000~3100포인트 사이를 오가며 추가 상승이냐 여기서 쉬어가느냐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공매도 잔고가 늘면서 주가가 당분간 이 상태에서 공회전할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공매도 잔고 올 들어 ‘최고’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코스피 상장 주식 수 대비 공매도 순보유 잔고 비율은 0.32%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닥 공매도 순보유 잔고 역시 0.4%로 연중 가장 높았다. 공매도 순보유 잔고 비율이란 주식을 빌려 판 뒤 여전히 갚지 않고 보유 중인 물량의 비율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여전히 해당 종목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면 최장 12개월 안에 갚아야 한다.
공매도는 지난 2023년 11월 전면 금지됐다가 올해 3월 말 재개됐다. 과거에도 주가 급등기에는 공매도가 따라 늘어나는 패턴을 보였고, 이번에는 재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증가세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공매도가 전 업종, 모든 종목에 걸쳐 늘어나는 게 아니라 선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민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증권, 유틸리티 등 최근 수익률이 좋았던 종목들과 함께 운송, 통신, 헬스케어 등 수익률이 부진했던 종목들처럼 시장 수익률(주가지수 상승률)과 괴리를 보인 업종을 중심으로 공매도 잔고 비율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운송, 증권,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업종은 외국인 순매도 강도도 높았고, 동시에 공매도 잔고도 증가했다. 조 연구원은 “공매도 거래 대금 중 외국인 비율이 80%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공매도를 통해 해당 업종에 대한 숏포지션(가격 하락을 예상한 매도)을 일부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적, 미국 금리, 상법 개정이 가늠자
앞으로 코스피 향방은 내·외부 변수에 모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내부적으로는 기업 실적이 얼마나 받쳐줄지, 새 정부의 상법 개정안 등 정책 추진 속도가 얼마나 빠를지 등이 변수다. 외부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미국과 한국 등 무역 협상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언제쯤 금리 인하에 나설지 등이 관건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특히 2분기 실적 시즌을 계기로 투자자들이 기대와 현실 간의 괴리를 확인하는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실적에 비해 주가가 급등한 기계, 유틸리티, 소프트웨어, 은행, 증권, 보험, 상사 등 업종 관련주들이 기대만큼 실적이 받쳐주지 않으면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대로 반도체, 헬스케어, 철강, IT, 가전, 자동차, 통신, 화학 등은 상대적 저평가 상태다. 이들 종목은 실적이 예상보다 잘 나온다면 상승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공매도가 재개됐지만, 지수가 뜻밖에 상승하면 숏커버링(공매도하려고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사는 것)이 몰리면서 주가 상승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희망론’도 있다. 최근 하나증권은 “새로운 정부의 주주 환원 기대감, 대북 친화 정책,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원화 강세 등으로 글로벌 대비 최악의 디스카운트가 해소 중”이라며 “55%에 달했던 디스카운트가 30% 수준까지만 완화돼도 코스피는 4000포인트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공매도
공매도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내리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가 떨어져야 돈을 번다. 당국은 불공정 거래 차단과 개인 투자자 보호 등을 이유로 2023년 11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가 올해 3월 말 재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