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에 최대 20%의 세금을 물리려던 ‘복수세’가 철회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 빅테크 기업에 세금을 물리는 프랑스, 영국 등 일부 국가를 겨냥해 이 법안을 내놨는데, 최근 G7(7국) 회의에서 미국 기업들에는 ‘글로벌 최저 과세 제도’를 적용하지 않기로 약속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6일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복수세’와 관련, “상원과 하원에 감세 법안 중 899조 보호 조치를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총 1000페이지가 넘는 감세 법안 중 문제의 899조에는 월스트리트부터 서학개미(해외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을 떨게 한 과세 조항이 담겨 있다. 이 조항은 미국에 불공정하다고 판단되는 세금을 매기는 국가에 대해 해당 국가 기업이나 개인 투자자가 미국에서 받아가는 이자, 배당금 등에 보복성 세금을 최대 20%까지 물리는 내용이다.

베선트 장관은 ”수개월간 다른 국가들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글로벌 세금 합의에 대해 생산적인 대화를 나눈 끝에, 주요 7국 간 ‘공동 이해’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OECD의 글로벌 최저 과세 제도가 미국 기업들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OECD의 글로벌 최저 과세 제도는 연결 매출액이 7억5000만유로 이상인 다국적 기업은 세계 어느 곳에서 사업하더라도 반드시 15% 이상의 세금을 내도록 정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 세금 부담을 줄이려고 법인세가 낮은 국가에 사업장을 두면 각국이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법인세를 내리면서 다 같이 세수가 줄어드는 국가 간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등 여러 국가에서 돈을 벌어도 서버가 있는 국가에만 세금을 내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주요 타깃이 될 예정이었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 제도 도입에 합의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과세 주권을 외국에 넘겨주는 것이라며 비판하면서 ‘복수세’ 조항을 신설했다.

세계 금융투자업계는 ‘복수세’가 실제로 도입되면 주요국 국부펀드, 연기금부터 일반 개인 투자자에 이르기까지 미국에 투자한 이들이 광범위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해왔다. 특히 월가에서는 이 세금이 미 국채 투자에도 적용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외면할 수 있어 파급력이 엄청날 것으로 추산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 국채 보유량은 9조495억달러(1경2436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