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열풍에 미국 서클 인터넷(CRCL·서클)과 코인베이스(COIN)가 6월 국내 투자자 순매수 규모 1·2위 해외 주식 자리에 올랐다. 월간 순매수 규모 1, 2위가 모두 미국 주요 기술주,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아마존, 알파벳, 메타)‘이 아닌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만이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이달 들어 전날(결제일 기준)까지 서클 주식 5억965만달러(약 69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단일 주식으로는 코인베이스의 순매수 규모가 1억701만달러(약 1450억원)로 2위였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1위와 2위가 모두 M7이 아닌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엔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DJT)와 옥시덴털 페트롤리움(OXY)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 1, 2위였다. 공화당 대선 주자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련 주들로 각각 트럼프 밈코인 발행과 화석연료 정책 수혜로 거래가 급증했다.
보통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권은 M7을 비롯한 미국 기술주 몫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테슬라(TSLA)가 1위를 지켰다. 지난달 보험사 유나이티드 헬스케어(UNH)가 1위에 올랐지만, 2위는 M7 중 하나인 애플(AAPL)이었다.
그런데 최근 시장의 관심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쏠리면서 서클과 코인베이스가 서학개미(미국 주식 개인 투자자) ‘최애’ 종목으로 떠올랐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가치와 연동해 안정적(stable) 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한 가상 자산이다. ‘1달러=1코인’과 같은 식이다.
서클은 미국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다. USDC는 스테이블코인 가운데 테더(USDT)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서클은 지난 5일(현지시각) 공모가 31달러에 상장했는데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Genius Act)이 미국 상원 문턱을 넘으면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해 왔다. 지난 23일 장중 공모가의 9배가 넘는 298.99달러까지 올랐고, 26일 종가도 213.62달러로 7배 수준이다.
또 가상 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최근 서클과 수익 공유 계약을 체결하는 등 스테이블코인에 따른 수혜 종목으로 꼽히고 있다. 코인베이스 주가 역시 이달 들어서만 50% 넘게 올랐다.
서클과 코인베이스의 시가총액이 각각 70조원, 130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서학개미의 영향력이 크지는 않다. 국내 투자자의 지분율은 각각 1%, 0.5% 수준이다. 다만 한국 시각으로 저녁 시간대인 프리마켓(Pre-Market)에 거래량이 몰리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모습도 관찰되고 있다.
이들 종목이 국내 투자자가 많이 사는 해외 주식 상위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스타벅스나 템퍼스 AI 등 M7이 아닌 주식들은 월간 순매수 규모 1·2위 자리에 올랐다가 주가 변동성이 줄면서 국내 투자자 관심 밖으로 밀렸다.
서클의 경우 투자의견을 제시한 글로벌 증권사 3곳의 평균 목표주가가 213.3달러다. 현 주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주가가 단기간 상승한 만큼 국내 투자자도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코인베이스는 33개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가 283.3달러로 현재 주가보다 24.5%가량 낮지만, 최근 목표주가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오펜하이머는 293달러에서 395달러로, 번스타인은 310달러에서 510달러로 코인베이스 목표주가를 높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