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남강호 기자

반려동물이 산책하다 다른 사람을 물어 다치게 했다면, 주인은 손해배상 등의 민사 책임을 져야 한다. 형사처벌 대상도 될 수 있다. 입마개를 하지 않거나 목줄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과실치상죄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이때 내야 하는 벌금까지 보장해 주는 보험 상품이 나왔다. DB손해보험은 이달 이런 내용의 특약을 출시하고, 6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반려동물 가구가 계속 늘어나면서 보험사들도 더 다양한 펫 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제도가 미비해 가입률이 낮은 건 한계로 꼽힌다.

그래픽=양인성

◇다양해지는 펫 보험

DB손해보험은 올해만 세 번째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앞선 사례 외에도 주인이 종합병원 통원 치료 시 반려동물 위탁 비용 보장, 이 경우 반려동물 무게에 따라 위탁 비용 보장 한도를 다르게 하는 것 등이다. 기존에는 통원이 아닌 입원 치료 때만 비용을 보장해 주는 식이었는데 보장 범위를 확대했다.

금융 당국은 지난 5월부터 펫 보험 의료비 담보에 대해 1년 갱신 구조와 보장 비율 제한(최대 70%), 자기 부담금 하한(3만원) 등 상품 표준화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표준화하기 힘든 보장 범위, 담보 설계 등에서 차별화된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1월 펫 보험 중에는 처음으로 병력이 있는 반려동물도 가입할 수 있는 간편 심사형 펫 보험 ‘펫퍼민트 댕 좋은 우리 가족 반려견 보험’ ‘펫퍼민트 냥 좋은 우리 가족 반려묘 보험’을 출시했다. 기존에는 3개월 이내 동물병원 치료 이력이 있는 경우 펫 보험 가입이 어려웠는데, 입원이나 수술 이력이 아니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나온 것이다.

캐롯손해보험은 저가로 펫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멤버십형 펫 보험 ‘실비클럽 캣(CAT)’을 이달 새로 출시했다. 월 구독료 9900원으로 연간 최대 50만원 한도 내에서 병원비를 실비로 보장해 주는 상품이다. 반려묘의 경우 진료비가 비싸지 않고, 진료받을 일이 흔치 않다는 점을 반영했다.

이 외에도 악사(AXA)손해보험은 기존 ‘AXA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에 ‘반려동물 사고 위로금’ 특약을 추가했다. 보험 가입자의 자동차에 탑승한 반려동물이 차 대 차 사고로 다칠 경우에 최대 50만원, 사망 시 최대 1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한다.

◇커지는 펫 보험 시장

반려 인구가 늘어나면서 펫 보험 시장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작년 기준 28.6%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최대다. 반려견과 반려묘를 합하면 746만마리로 추정된다. 삼정KPMG경제연구원은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작년 8조5000억원에서 2032년 21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펫 보험 가입자도 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손보사 10곳(메리츠·한화·롯데·삼성·현대·KB·DB·농협·라이나·캐롯)이 보유한 펫 보험 규모는 전년보다 49% 늘어난 16만2111건으로 집계됐다. 처음 출시된 2018년 7005건과 비교하면 20배 넘게 급증했다. 반려동물 보험 원수보험료도 799억원으로 2018년 11억2000만원에 비해 시장이 확 커졌다.

◇진료 정보 표준화는 숙제

다만 여전히 펫 보험 가입률은 1.8%로 저조하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올해 1월 정부는 ‘국민 불편 민생 규제 개선 방안’ 4대 분야 중 하나로 ‘반려동물 양육 생태계 조성’을 꼽고 펫 보험 활성화 기반 마련, 반려동물 등록 방식 다양화 등의 정책을 내놓았으나 제도 개선은 아직 미비하다는 평을 받는다.

기본적으로 반려동물 보험 계약과 보험금 청구·지급 등을 위한 정보 등록, 관리 체계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동물병원마다 질병명이 다르거나, 수가도 공개가 안 되는 등 표준화된 진료 정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반려인 대상 공약으로 반려동물 치료비 경감을 위한 표준 수가제 도입 및 인프라 개선으로 보험을 활성화하겠다고 내세운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성장성에 비해 제도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다양한 상품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제도가 정비돼야 가입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