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문모(43)씨는 3년 전 투자한 주가연계증권(ELS)이 만기 수익률 45%를 기록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됐다. 수익이 만기에 집중되는 ELS 구조상, 일시에 수익이 실현되며 과세 기준을 초과한 것이다. 향후 은퇴 자산을 준비 중이라면 가급적 세금을 줄이면서 수익을 낼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이런 점에서 절세 계좌는 장기적 은퇴 자산 마련에 중요한 전략 도구다. 이자·배당소득 등 금융소득과 양도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금융 상품을 적절히 활용할 방법을 알아보자.
◇과세 여부 꼼꼼히
문씨가 가입한 ELS는 코스피 200지수와 국내 개별 종목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상품이었다. ELS 상품의 소득은 금융소득인 배당소득으로 분류된다. 금융소득은 연간 2000만원까지는 15.4%를 원천징수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다. 만약 문씨가 ELS가 아니라 동일한 종목에 직접 투자해 시세 차익을 얻었다면 비과세 대상이었을 것이다. 국내 상장 주식의 시세 차익에 관해 소액주주는 세금을 물지 않는다.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접투자인 펀드의 세금 유무는 수익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펀드 수익이 국내 상장 주식의 시세 차익으로 인한 경우 비과세 대상이고, 그 외 채권·이자·배당 등에서 발생한 수익은 과세 대상이다. 해외 ETF나 해외에서 설정된 역외 펀드는 양도소득세 22%가 부과된다. 이 경우 연 250만원까지는 세금 공제가 적용된다.
◇ISA 계좌로 절세 효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다. ISA 가입 대상은 19세 이상 거주자나 15세 이상 근로자다. 직전 3년 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였다면 가입할 수 없지만, 가입 이후 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는 경우에는 세금 혜택이 유지된다.
ISA의 강점은 ‘손익 통산’과 ‘과세 이연’이다. 가입 기간 내 전체 손실과 수익을 합쳐 따져서 과세 기준을 정하고, 내야 할 세금은 만기에 일괄 적용해 책정한다. 일반형 가입자는 순이익 200만원까지는 세금이 없고, 200만원 초과분에는 9.9% 세금이 붙는다. 서민형·농어민형은 400만원까지 비과세다.
ISA 계좌는 1년에 2000만원 한도로 총 1억원까지 납입 가능하다. 금융권을 통합해 1인 1계좌만 가입할 수 있다. 의무 가입 기간은 3년 이상이나 무제한 연장할 수 있고, 해지나 만기 이후에도 재가입할 수 있다. 중도 인출은 원금 내에서 가능한데, 이때는 세금이 따로 붙지 않는다.
그렇다면 ISA로 최대 얼마까지 절세가 가능할까? ISA 가입 이후 금융소득종합과세자에 해당하고 최고 세율을 적용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종합과세에 합산되는 금융소득이 2000만원이고, 최고 세율 49.5%(지방소득세 포함)가 적용된다면 종합과세 시 약 99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ISA 일반형 계좌에서는 금융소득 중 200만원 초과분인 1800만원에 대해서, 9.9%를 내면 되므로 약 178만2000원가량이 된다. 절세 효과가 800만원을 넘는 셈이다.
ISA는 예금, 채권, 상장 주식, 장외 시장 주식(K-OTC) 등 다양한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해외 상장된 주식이나 ETF를 직접 매수할 수 없어, 해외 주식에 투자하고 싶다면 국내에 상장된 ‘해외 주식형 펀드(ETF)’에 투자해야 한다.
◇연금 계좌 전환으로 이중 절세
ISA 의무 가입 기간 3년을 채운 후, 만기 자금을 연금 계좌(연금저축·IRP)로 전환하면 세후 자금의 10%(최대 300만원)까지 추가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금 계좌는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통칭한 것으로, 연간 1800만원 한도로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ISA 계좌와 달리 한도 금액 내에서 여러 금융기관에 가입하는 게 가능하다. 연금 저축은 연간 납입액 6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 추가로 IRP 계좌에 납입하면 연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즉, 연금 저축에 600만원을 납입하면, IRP로 최대 300만원까지 추가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세액공제율은 총급여 5500만원 이하, 종합소득세 4500만원 이하인 경우 16.5%, 그렇지 않은 경우 13.2%가 적용된다.
한편 연금 저축 계좌는 중도 인출이 자유롭지만 이때 기타소득세 16.5%가 부과된다. IRP는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등이 제한된 사유에만 중도 인출이 허용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절세 계좌, 순서 정해 활용해야
저축 여력이 제한적이라면 절세 계좌의 특성과 혜택을 꼼꼼히 비교해 전략적으로 가입 순서를 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우선 세액공제율이 높은 연금 계좌에 먼저 납입하는 것이 좋다. 연금 저축에 600만원, 그리고 IRP에 300만원을 가입하는 것이다. 이후 추가 저축액은 ISA에 납입하고 3년 후 연금 계좌로 전환하면 추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만일 연 2000만원인 ISA 연간 한도까지 다 채웠다면 다시 연금계좌에 900만원을 추가 납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이 경우에는 세액공제 대상은 아니지만, 연금으로 수령 시 세금이 붙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원금에서 발생한 수익은 연금소득세(3.3~5.5%)가 부과되고, 연간 연금 수령액이 15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16.5% 분리과세 또는 종합과세 중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