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과 만혼이 보편화된 시대,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선택하지 않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반면 부모 세대는 여전히 결혼을 인생의 중요한 이정표로 여긴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맞선 서비스가 일본에서 확산하고 있다. 이른바 ‘부모 대리 맞선’이다.

부모 대리 맞선이란 혼기가 찬 자녀 대신 부모들끼리 맞선 자리(‘교류회’)에 나서는 방식이다. 중매 회사에 가입하면 자녀들의 신상 정보(나이, 학력, 직업, 전근 가능성 등)와 사진들을 담은 프로필이 집으로 도착한다. 부모들은 미리 명단을 숙지한 뒤 오프라인 교류회에 참석한다. 그리고는 미리 점찍어 뒀던 자녀들의 부모와 대화를 나눈다. 서로 마음이 맞으면 연락처를 교환한다. 이후 자녀에게 상대를 소개하고 교제를 주선하는 구조다.

2005년 처음 시작된 이런 형태의 모임은 현재 회당 약 200명 가까운 부모들이 참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누적 참가자 수는 4만명을 넘었고, 실제 결혼으로 이어진 커플도 6800건 이상이다. 참가 부모의 연령대는 5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이대로는 자녀가 결혼하지 못할 것 같다”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녀들은 이런 부모 대리 맞선에 거부감은 없을까. 신미화 이바라키 그리스도교대 경영학부 교수는 “결혼 상대를 부모에게 소개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 없이 만남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반기는 자녀도 많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부모가 인정한 상대인 만큼 결혼까지 진행 속도도 빠른 편이다. 일부 커플은 맞선 이후 4개월 만에 상견례를 마치기도 한다.

특히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 부모 입장에선 교류회를 통해 미리 상대 집안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어 향후 가족 간 갈등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사돈 간 마음이 맞다보니 자녀들 결혼 생활을 적극 응원해주는 것도 장점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 내 결혼 상담 시장의 성장과도 맞물린다. 2022년 기준 일본의 결혼상담소 시장 규모는 약 7500억원에 이르며 부모 대리 맞선 분야도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에 40여 개 지점을 둔 전문 업체도 등장했다.

자녀의 결혼 문제를 둘러싼 부모 세대의 고민과 새로운 대안인 ‘부모 대리 맞선’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