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분쟁 이후 LIG넥스원(079550) 주가가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밸류에이션(Valuation·기업 평가 가치)이 고평가 상태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1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국제 방산 전시회 '인도 디펜스(Indo Defence)'에 마련된 LIG넥스원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를 보고 있다. /LIG넥스원 제공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23일 ‘좋은 회사도 가끔은 좋은 주식이 아닐 수 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 연구원은 LIG넥스원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Buy)에서 중립(Hold)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날 목표주가를 52만원으로 높여 잡았으나, 현재 주가는 63만원까지 오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LIG넥스원 주가는 지난해 말 22만500원에서 현재 3배 가까이 뛰었다. 특히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영향으로 최근 8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정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투가 주로 유무인 항공기와 미사일을 이용한 장거리 공습전 양상으로 진행되다 보니 미사일 제작사인 LIG넥스원에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면서 LIG넥스원의 중거리·중고도 요격 체계 ‘천궁II’ 등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게 정 연구원의 설명이다.

문제는 주가 상승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점이다. LIG넥스원의 연중 주가 상승률은 RTX, 록히드마틴, 제너럴다이내믹스, BAE시스템 등 주요 미사일 제작사를 웃돌고 있다.

LIG넥스원의 올해 실적 추정치 기반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 ÷ 순이익)도 45배를 넘어섰다. 세계 최대 미사일 제작사인 RTX의 같은 기준 PER이 24.7배 수준인 것과 비교할 때 격차가 크다. 국내 방산기업의 PER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8.1배, 현대로템 30.7배, 한국항공우주 37.5배 수준이다.

정 연구원은 “LIG넥스원의 밸류에이션이 해외 미사일 제작사나 국내 방산주보다 많이 높아졌다”며 “이를 고려할 때 LIG넥스원이 현재 주가 수준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