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인 터치스크린용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 지니틱스(303030)를 둘러싼 최대 주주와 현(現) 경영진 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지니틱스 홈페이지 캡처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니틱스의 최대 주주인 헤일로 일렉트로닉스 인터내셔널 코퍼레이션(헤일로)은 주식 약 70만주를 장내 매수해 지분율을 33.48%에서 35.45%로 끌어 올렸다고 지난 20일 공시했다.

모회사 헤일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헤일로 전자를 통해서다. 헤일로가 지난 1월 공시한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에선 특별관계자로 들어가 있던 데이비드 인균 남(남인균) 기타비상무이사는 특별관계자에서 제외됐다. 남 이사는 현재 최대주주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경영진 쪽 인사다.

경영진 측도 지분을 늘리고 있다. 권석만 대표는 지난 5월 약 1억2000만원 규모의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0.34% 확보했다. ​여기에 경영진은 10억원 규모(지분율 약 3.7%) 유상증자를 추진, 지난 20일 납입을 완료했다. 헤일로는 유상증자가 경영진의 편법 지분 확대 수단이라고 보고 지난 13일 유상증자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수원지방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양측이 지분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표 대결을 앞두고 있어서다. 헤일로는 현 이사회 전원을 해임하는 내용의 임시주주총회를 오는 7월 9일 열 예정이다. 헤일로는 새로운 이사 8명을 선임해 회사 재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헤일로는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 헤일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국제 법인이다.

단 주식 매수와 별개로 주주명부는 지난 5월 29일자로 폐쇄됐다. 지금 매수하는 주식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양측은 소액주주 의결권을 모으기 위한 작업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일로가 해임을 요구한 현 이사 4명은 지난해 8월 선임됐다. 헤일로가 서울전자통신 등으로부터 지니틱스 지분 30.93%를 약 210억원에 인수한 직후다. 주목할 점은 이들 대부분은 헤일로에서 일했고, 헤일로가 이사회에 진입시켰다는 것이다. 남인균 이사는 헤일로의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장호철 오퍼레이션 본부장은 한국지사 전무를 맡았다. 권석만 지니틱스 대표는 헤일로에서 한국지사장을 지냈었다.

이들의 갈등은 올해 3월 주총에서 경영진이 헤일로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려 정관을 일부 변경하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발행주식총수의 30% 이하로 제한돼 있던 ‘주주 이외의 자에 대한 신주 배정 한도’를 없앴고, 이사회 결의로 특정 개인에게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200억원으로 제한돼 있던 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 역시 삭제했다. 즉 경영진이 지배하고 있는 이사회가 최대 주주가 아닌 다른 세력에 신주 등을 제한 없이 발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자 4월 헤일로는 이들 이사진을 해임하는 내용의 임시 주총 소집 허가를 요청했다. 최대 주주가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헤일로와 경영진은 상대방이 핵심 기술을 유출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헤일로는 경영진이 ▲경업금지 의무 위반 ▲핵심 기술과 영업기밀 유출 ▲이사회 미승인 겸직 ▲연구 장비 무단 반출 등 위법 행위를 지속적으로 저질러 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헤일로는 이런 의혹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담은 내용 증명을 발송하며 오는 27일까지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경영진은 “제안된 일부 신규 이사진은 중국 국적 인사로, 국내에서 상근 이사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번 조치가 지니틱스의 반도체 핵심 기술에 접근하려는 시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