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마침내 3000 고지를 밟았다. 종가 기준 2021년 12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지난주(6월 16~20일) 2903.5로 시작했던 코스피지수는 3021.84로 장을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도 767.64에서 791.53까지 뛰었다. 지난해 7월 이후 넘어본 적이 없는 800선에 다가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1년 상승장 때는 이른바 ‘동학개미 운동’으로 개인 투자자 수급이 몰린 반면, 올해는 외국인 투자자가 지수를 끌어 올리고 있다. 거래대금 중 외국인 비중은 2021년 15.9%에서 올해 31.8%로 늘었다. 다만 외국인은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이 격화하는 국면에선 순매도하며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이번 주(23~27일)에도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2주의 시간을 줬다.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일단 협상 국면에 돌입했지만,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지정학적 위기가 불거지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군의 적극적 개입에 따라 새로운 전쟁이 발발하면 증시와 국채 금리는 널뛰기하게 될 것”이라며 “금을 비롯한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은 극심해질 수 있다”고 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오는 24일(한국시각 25일 오전) 발표하는 국가별 시장 분류 결과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에선 한국이 2014년 이후 11년 만에 선진시장 편입을 위한 ‘관찰 대상국(Watch List)’에 오를지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업계가 공매도 전면 재개를 비롯해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개선하려는 조치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MSCI는 전 세계 증시를 선진시장, 신흥시장, 프런티어시장으로 나눈다. 한국은 신흥시장에 속한다. 관찰대상국에 오르면 1년간 평가를 거쳐 선진시장에 편입할 수 있다. 선진시장이 신흥시장보다 추종하는 자금 규모가 큰 만큼 국내 증시에 추가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는 한국 증시가 선진시장 편입 시 최대 250억달러(약 34조원) 규모의 자금 유입을 전망했다.
다만 MSCI는 앞서 공개한 연례 시장 접근성 평가 결과, 한국 시장의 제도 개선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에게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접근성 평가에선 확실한 신호를 주지는 않았다”면서도 “한국의 제도 개선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관찰대상국 분류를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올해 상반기가 마무리되면서 실적 시즌에 돌입한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마이크론)는 오는 25일(현지시각) 2025회계연도 3분기(3~5월) 실적을 발표한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먼저 실적을 공개해 ‘반도체 풍향계’로 불린다. 시가총액 기준 국내 1·2위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의 주가에도 영향을 끼치곤 한다.
시장에선 마이크론의 매출과 주당순이익(EPS) 모두 전 분기보다 10% 이상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구형 D램인 DDR4가 업계의 공급 축소로 가격이 급등하고, 인공지능(AI) 칩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도 꾸준한 덕분이다.
국내 기업 전체로 보면 이익 성장성이 정체 구간에 들어섰다. 미국과 본격적인 무역 협상에 나서야 하는 만큼 오는 3분기(7~9월) 실적 전망치가 보수적으로 잡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실적 전망이 기본보다 높아진 업종은 방산, 조선, 호텔·레저, 미디어·엔터, 증권 등이다. 반대로 에너지, 정보기술(IT) 하드웨어, 이차전지, 자동차, 반도체, 철강은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
유 연구원은 “실적 시즌을 앞두고 이익 모멘텀(상승 동력)이 긍정적인 업종과 AI 정책 기대가 높아지는 소프트웨어, 중국 관련 업종인 호텔·레저, 미디어·엔터 중심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스피시장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매력이 큰 코스닥시장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