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형 운용사들이 차별화된 테마형 ETF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ETF 시장은 삼성·미래에셋 2개 대형 자산운용사가 순자산 기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 K방산 ETF’는 지난 16일 순자산총액 1조원을 돌파했다. 한화오션,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국내 대표 방위산업주를 담은 이 ETF는 올해 들어서만 순자산이 8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176%에 달해 국내 ETF 중 독보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세계 각국의 군비 증강 기조에다 최근 이스라엘·이란 분쟁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이익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며 방산주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조선TOP3플러스 ETF’ 역시 지난 17일 순자산 1조원을 돌파했다. 이 ETF는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톱3’를 비롯해 관련 종목을 담고 있다.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에 따른 수주 호황이 이어지면서 조선주 주가가 급등해 이 ETF의 올해 수익률은 78%에 이른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월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ETF’가 순자산 1조원을 돌파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동반 성장하는 공급망 기업에 투자하는 이 ETF는 올해 들어서만 순자산이 3000억원가량 증가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대형 운용사들이 수수료 경쟁 등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품만 잘 만들면 중소형 운용사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