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은행들이 국민연금을 받는 고객 잡기에 나섰다. 고령화로 국민연금 수령자와 수령액도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다. 1년 내내 이벤트를 하며 고객 확보에 나서고, 시니어 전용 라운지도 확대하는 추세다.
17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수급자들에게 지급된 연금 총액은 4조238억원에 달한다. 전달에 비해 775억원쯤 늘어난 것으로 월 지급액이 4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한 해 지급되는 금액이 5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 수급자는 올해 2월 말 713만8645명에 달했다. 매달 4조원 규모의 돈이 또박또박 계좌로 입금되는 것이다 보니, 은행들 입장에서는 국민연금 수급 통장이 사실상 ‘시니어판 급여 통장’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과거 직장인들의 급여 통장 유치에 공을 들였던 은행들이 최근엔 연금 통장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연중 국민연금 계좌 이벤트
최근 대부분 은행들은 1년 내내 진행되는 연금 계좌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처음으로 국민연금 등의 수령 계좌를 트거나 다른 은행에서 계좌를 옮기면 수만원 상당의 현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금 계좌 관련 이벤트가 구색 맞추기 식이었다면, 최근에는 거의 1년 내내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벤트도 더 다양해졌다”며 “그만큼 연금 계좌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특화 이벤트도 열고 있다. 하나은행과 하나카드는 이달 ‘연금 수급 계좌 연계’ 이벤트를 시작했다. 하나은행 계좌로 국민연금을 받고, 연금 특화 하나카드를 연계하면 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최대 50% 청구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연금 특화 카드는 대중교통, 의료비 등을 결제할 때 할인,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신한 이로운 연금 패키지’를 출시했다. 연금 수령 계좌에 우대 조건 충족 시 100만원 한도로 최대 연 3% 이자를 주는 ‘신한 이로운 연금 통장’을 출시했고, 올해 국민연금 외에도 공무원·사학·군인·보훈연금 등을 신한은행 계좌로 처음 받는 사람에게 포인트 제공 등을 한다. 건강 앱테크인 ‘신한 50+걸어요’와 연계해 걸음 수에 따라 혜택을 주고 미니 보험 상품을 무료로 가입할 수 있게 해준다.
NH농협은행은 이달까지 ‘4대연금(공무원·국민·사학·군인연금) 신규 고객 웰컴 이벤트’를 열고, 농협은행 계좌로 연금을 처음 수령하거나 계좌를 옮긴 고객에게 최대 5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앞서 작년 말 우리은행도 올해 연금 수령을 시작하는 1962년생을 겨냥해 ‘젊은 그대 1962’ 이벤트를 진행했고, 이달까지 연금 계좌를 새로 개설한 고객에게 최대 5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또 지난달 50세 이상 고객을 위해 근로소득과 연금 소득을 합산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우리 우월한 시니어 대출’도 출시했다.
◇‘시니어 월급 통장’
은행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국민연금 수령 계좌 유치에 나서는 건, 은행들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상품이기 때문이다. 원래 급여 통장은 금리가 연 0.1%대인 대표적인 저원가성 예금 상품인데, 연금 수령 통장도 급여 통장과 같은 금리가 낮은 대표적인 저원가성 예금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낮은 원가로 자금을 확보하고,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를 통해 수익을 내는 예대마진 확보에도 유리하다.
또 연금 수령 통장은 급여 통장처럼 한번 계좌를 트면 주거래 은행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객 확보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령층의 경우 젊은 층처럼 더 낮은 대출 금리 등으로 유인할 수단이 적기 때문에 연금 계좌 유치가 의미가 있다”며 “고령층의 경우 이동이 적기 때문에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급여 통장보다 연금 통장이 고객을 묶어두는 효과가 더 크다”고 했다.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어 국민연금 수령자도 늘어나면서, 앞으로 시장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들어가 있다.
◇커지는 시니어 금융
이 외에도 시중은행들은 연금 전문 상담 센터를 확대하며 시니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초 은행이 주도하고 KB금융 계열사가 참여하는 시니어 사업 TF를 신설해 사업 개편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작년 은퇴 자산 관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금 라운지 3곳을 추가로 열며 노원, 일산, 울산, 강남 등 고령층이 많은 곳에서 연금 라운지를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도 작년 시니어 특화 라운지인 ‘하나 더 넥스트 라운지’를 출범시켜 을지로, 선릉, 서초에 이어 올해 영등포에 추가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