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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혹한기를 넘어 빙하기로 들어섰다. 올해 들어 매월 전년 동기 대비 감소를 이어온 국내 스타트업으로의 신규 투자 규모가 지난달 재차 1년 전과 비교해 74% 가까이 줄어들었다. 5개월 연속 감소다.

4일 조선비즈가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과 집계한 벤처투자 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약 2205억원 신규 투자가 집행, 전년 동기 대비 73.7% 감소했다. 같은 기간 투자유치 스타트업 수도 79곳에서 58곳으로 줄었다.

시드(seed) 단계 투자부터 상장 전 자금조달(프리IPO) 단계까지 국내 VC 및 기관 투자자들의 지난달 스타트업 신규 투자를 집계한 것으로, 전월 69개 스타트업에 3046억원이 투자된 것과 비교해도 금액 기준 27.6% 감소했다.

벤처투자 시장이 올해 유례없는 침체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투자가 위축된 데 더해 상장 문턱 상향에 인수합병(M&A) 시장 부진 등으로 투자금 회수마저 어려워지면서,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국내 VC 및 기관 투자자들의 스타트업 신규 투자 규모는 지난 1월 3763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투자 유치 기업 수도 올해 들어 가장 적었다.

국내 VC들 사이에선 투자할 곳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투자자와 스타트업 간 기업가치 인식 차이가 여전한 데다 회수 방안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자칫 투자금 회수 난항 이에 따른 유동성 확보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후기 단계 기업이나, 인공지능(AI)·딥테크 등으로의 선별적 투자만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투자유치 규모 상위 5개 기업이 전체 투자유치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혁신의숲 2025년 5월 스타트업 투자결산. /마크앤컴퍼니 제공

가령 지난달 단일 기업 기준 가장 많은 450억원 투자를 유치한 전기차 충전 사업 스타트업 플러그링크만해도 이번 투자유치가 시리즈B 라운드에 해당했다. 이외 두 번째로 많은 200억원 투자를 유치한 큐라움은 시리즈C 투자유치였다.

초기 단계의 투자는 AI·딥테크에 집중됐다. 지난달 카테고리별 투자 현황에서 AI·딥테크 분야는 104억원 투자를 유치해 금액 기준 헬스케어·바이오(764억원·9건), 모빌리티·교통(623억원·5건) 등에 밀렸지만, 건수는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혁신의숲’ 운영사인 마크앤컴퍼니의 홍경표 대표는 “지난 5월 한 달간 투자 총액이 전월 대비로도 다소 줄었다”면서 “양적인 수치보다는 질적인 흐름에 주목해 스타트업들이 자신만의 성장 전략을 조율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가장 많은 투자를 집행한 VC는 현대투자파트너스로 파악됐다. 현대투자파트너스는 본시스템즈, 루북, 이와이엘, 피트 등 4개사에 투자했다. 이어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슈미트 등이 3개사에 투자하며 건수 기준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