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타증권 여의도 사옥 전경.(유안타증권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5월 21일 11시 2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유안타증권(003470)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합병 성공률이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안타증권은 기업금융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는 않지만 최근 수년간 잇따라 스팩을 상장시키면서 ‘스팩 열풍’을 이끌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초 자사의 강점으로 스팩 합병을 내세우며 중소기업의 기업공개(IPO) 주관 계약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잦은 인력 이동으로 관련 부서의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스팩 성공률도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년(2022년 5월 20일~2025년 5월 20일) 스팩 주관을 맡은 상위 10개 증권사 중 유안타증권은 10호~17호 등 8건을 새로 상장했다. 신규 상장 실적만 보면 NH투자증권과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 기간 합병에 성공한 경우는 2건에 불과했다. 신규 상장 대비 합병 건수, 즉 스팩의 합병성공률이 25%로 10개 증권사 중 가장 낮다.

상위 10개 증권사는 최근 3년간 69개의 스팩을 신규 상장했는데, 이는 전체 상장 스팩(98개)의 70%에 달한다. 합병에 성공한 경우 역시 전체 54건 중 10개사가 38건(70%)으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유안타증권의 성공 확률은 4건 중 1건으로, 10개사의 평균 합병 성공률인 55.9%를 크게 밑돌았다.

그래픽=손민균

스팩은 기업 인수, 합병만을 목적으로 설립한 명목상 회사다. 상장 3년 안에 비상장 기업을 합병해야 하고, 만약 합병대상을 찾지 못하면 청산 과정을 거쳐 상장 폐지된다. 스팩은 직상장에 비하면 상장에 걸리는 시간이 짧아 단기간 자금이 필요한 중소형 비상장사들이 우회상장 수단으로 자주 이용한다.

유안타증권은 스팩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자기자본 1조원이 넘는 중형증권사인데 기업공개(IPO) 분야에서 약한 경쟁력을 스팩으로 보완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스팩 시장에서 유안타증권의 경쟁력은 크지 않았다. 스팩이 인기를 끌면서 합병 주관사인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은 조직 관리도 어려움을 겪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안타증권은 최근 관련 인력 이동이 많이 있었다”며 “증권사가 스팩이나 직상장 성공률을 높이려면 비상장사와 오랜 기간 꾸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유안타의 경우 이런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하면서 스팩 성공률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스팩 시장의 열기가 다소 식은 영향도 있다. 지난 2022년 45개의 스팩이 대거 상장한 후 2023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37개, 40개씩 증시에 진입했다.

이는 스팩에 대한 시선이 깐깐해졌기 때문이다. 스팩으로 상장한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보다 부진하면서 고평가 우려가 일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2021년 스팩합병으로 상장한 기업 60%의 실제 실적이 매출액 추정치를 밑돌았는데, 지난해에는 그 비중이 82%로 늘었다.

이에 금융당국이 상장 심사를 강화했고, 상대적으로 낮은 상장 허들을 가졌던 스팩 상장의 강점이 줄었다. 올해 신규 상장한 스팩은 유안타제17호스팩, 한화플러스제5호스팩 등 단 2곳에 그친다.

유안타증권은 스팩 상장의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스팩 상장 후 합병과 관련해 합병 대상 기업을 계속 모색하고 있고, 합병 준비 또한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연초 공석이었던 기업금융사업부문 대표로 연대호 전 KB증권 상무를 영입했다. 회사 측은 새 수장을 맞아 주식자본시장(ECM)과 메자닌 부문 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