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결혼한 직장인 김모(32)씨는 최근 '저(低)해지환급형'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김씨는 "기존 종신보험은 보험료가 수십만원에 달해서 부담이 컸는데, 저해지환급형의 경우 보험료가 30% 정도 저렴하더라"며 "중간에 해지하면 손해를 본다고 하지만, 만기까지 보험료를 낼 가능성이 높아 보여서 저해지환급형을 선택했다"고 했다.

가계 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는 상황에서 보험료가 비싼 종신보험 가입을 꺼리는 사람이 늘어나자, 보험사들이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은 기존 종신보험보다 상품 해지 때 받는 환급금(해지 환급금)을 30~70% 수준으로 크게 낮춘 상품이다. 해지 환급금을 낮춘 대신 고객이 납부하는 보험료를 15~30%가량 싸게 만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로 보험사의 자산 운용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예정이율을 낮추고,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소득 정체를 경험하는 소비자들은 갈수록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해지 환급금을 줄이는 대신 보험료를 낮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했다.

일반 종신보험보다 보험료 15~30% 저렴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은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ING생명이 처음으로 출시했다. 예를 들어 40세 남성이 1억원짜리 ING생명의 '용감한 오렌지 종신보험' 표준형에 20년 납으로 가입할 경우 월 보험료는 24만5410원이다. 하지만 저해지환급형에 가입할 경우 보험료는 21만490원으로 약 15%가량 저렴하다. 비슷한 구조의 저해지환급형 상품인 한화생명 '프라임통합종신보험'은 같은 보장의 기존 상품 대비 보험료가 최대 25% 싸다.

하지만 이 남성이 보험 가입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해지할 경우에는 셈법이 달라진다. 표준형 상품을 10년 만에 중도 해지하면 지금까지 낸 보험료의 82.3%를 돌려받는다. 하지만 저해지환급형에 가입했을 경우 10년 해지 환급률은 47.9%에 불과하다. 동양생명, KDB생명, 알리안츠생명 등은 해지 환급금을 기존 종신보험의 30% 수준까지 낮추고, 그만큼 보험료 부담을 덜어준 상품을 판매 중이다.

저해지환급형 건강보험에도 적용

저해지환급형 구조는 종신보험뿐 아니라 건강보험에도 확대되고 있다. 중도 해지 환급금을 없애거나 크게 줄이는 대신에 보험료를 크게 낮추는 식이다.

메리츠화재는 작년 손해보험업계 처음으로 '저해지 환급형' 구조를 건강보험에 적용한 '메리츠 The 알뜰한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암·뇌졸중·급성심근경색증 보장을 기본계약으로 하는데, 해지환급금 50%지급형, 해지환급금 미지급형, 표준형 중 선택할 수 있다. 50% 지급형은 보험료가 표준형 대비 약 10%, 미지급형은 약 20% 저렴하다. 동양생명 '수호천사알뜰한통합CI보험'은 중대한 질병과 장기 간병 등을 보장하면서 보험료는 최대 20%가량 낮췄다. 삼성생명의 '건강생활보험 실속형'은 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을 보장하면서도 보험료는 기존 상품의 4분의 3 수준이다.

중간에 해지하면 일반 종신보험보다 손해 커

하지만 저렴한 보험료 때문에 무턱대고 저해지환급형 상품에 가입했다가는 '소탐대실'할 수 있다. 만기까지 유지한다면 저렴한 보험료에 같은 보장 수준을 누릴 수 있어 이익이지만, 중도 해지할 경우 표준형에 비해 해지 환급금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보험이 그렇지만, 특히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의 경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며 "조금이라도 해지할 가능성이 있다면 가입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했다.

실제 생명보험회사 경영공시에 따르면 생명보험 상품의 1년 유지율은 약 80%대, 5년차 유지율은 40%대에 불과하다. 보험 가입자 10명 중 6명은 가입 5년 내 보험을 해약한다는 것이다.